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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5-10 03: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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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수 기자]5월 가정의달 뜻깊은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동화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환상적이고 감동적인 실패한 세 번의 사랑을 거쳐 예술로 사랑의 슬픔을 치유해 나가는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호프만의 이야기는 술에 취한 호프만이 자신이 만난 세 여인들의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들려주며 본격적으로 막이 시작된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그 사이에 담긴 3막의 이야기 속엔 올랑피아, 안토니아, 줄리엣따를 향한 호프만의 사랑과 좌절이 담겨 있다. 1막에서 호프만은 기계인형인 올랑피아를 사랑한다. 스팔란차니의 감쪽같은 솜씨로 만들어진 올랑피아는 호프만에게 항상 ‘네’라고 긍정적인 대답만 하며, 완벽한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허무하게 무너지고 만다. 2막에서 호프만이 만나는 여인은 안토니아다. 그녀는 천상의 목소리를 지녔지만 병으로 인해 노래를 부를수 없다. 그러나 악한 의사 미라클이 그녀에게 노래 부를 것을 종용하고 불가항력적인 힘에 이끌린 안토니아는 결국 아름다운 목소리로 혼신을 다해 노래를 부르다 죽고 만다.

마지막 3막에서 호프만이 만나는 여인은 팜므파탈 줄리엣따이다. 초반에 줄리엣따는 아름다운 선율의 아리아 ‘호프만의 뱃노래’를 멋지게 부른다. 그러나 그녀는 호프만을 유혹해 그의 그림자를 빼앗고는 또 다른 남자와 떠나버린다.

에필로그에서 시의 여신은 호프만에게 오로지 스텔라만 생각하라고 충고하면서 만약 다른 여인을 생각할 거면 예술에 더 혼신을 기울이라고 이야기한다. 스텔라는 술에 취해 있는 호프만에게 꽃 한 송이를 던져주고는 신사로 변장한 린도르프 악마와 함께 유유히 어디론가 즐거운듯 사라지며 막을 내린다. 이 오페라처럼 독립적인 몇 개의 에피소드가 하나의 큰 흐름 속에 녹아드는 것은 결코 흔치 않은 구성이었지만, 이런 옴니버스 구성을 흔들림없이 극의 스토리 속으로 관객들이 몰입할수 있었던 것은 이회수 연출가의 신선하고 이해력 높은 감각적이고 매끄러운 연출력의 파워 때문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미켈 노타랑겔로 지휘가 돋보이는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하고 완벽한 연주와 성악 가수들의 휼륭한 음악과 빼어난 노래 실력과 진지한 연기는 극의 흡입력과 완성도를 높이는데 가장 큰 일조를 한 부분이었다. 오페라의 매력은 멋진 성악가들의 노래와 하모니, 아름다운 아리아와 합창이 중요한데 이 멋진 조합이 ‘호프만 이야기’를 흥미롭고 재미있게 때로는 진지하고 철학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맛보게 한 요리의 주 재료가 되었다. 이런 전체적인 요소가 버무러져 관객를 오페라의 매력 속으로 그대로 풍덩 빠지게 만든거 같다. 호프만 이야기는 3막이 모두 다른 장소이고, 주인공의 상상 속을 표현했기 때문에 무대 장치가 연극 무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현실과 회상, 꿈과 사랑이 펼쳐지는 時空을 초월한 신비로운 무대를 관객들에게 선사해 줄수 있었다.

호프만의 이야기 중 가장 유명한 아리아인 줄리엣따가 부른 아름다운 선율의 이중주 <호프만의 뱃노래>는 유대인 학살을 소재로 우리들에게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겼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유대인 귀도가 나치 수용소에 갇혀 있다 반대쪽 여자 수용소의 아내 도라에게 몰래 확성기를 통해 들려주는 애절한 노래이기도 하다.

호프만의 이야기는 미완성이라 작가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기는 힘든 작품이다. 사랑이란 덧없는 것이고 완전한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는 또 그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으며 그 사랑만이 구원일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오펜바흐의 유일한 오페라이자, 완성되지 않은 유작으로 프랑스 오페라 사상 최고의 작품으로 뛰어난 음악만이 아닌 인생, 사랑, 예술과 깊은 철학. 거기에 더해 오락적인 재미까지 골고루 갖추어진 호프만의 이야기의 매력에 일상의 매너리즘과 지루함을 떨쳐 버리고, 그 속으로 흠뼉 빠져 든 오래간만에 즐거움을 찾은 따뜻한 오페라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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