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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5-22 13: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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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의 병영 체험 프로그램이 방송에서 큰 인기를 얻는 등 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군대 간 아들과 그 아버지가 주고받은 편지를 묶은 책이 출간됐다.

북랩은 최근, 대학에 다니다가 입대한 ‘모범생’ 아들과 ‘문학청년’ 출신 현직 우체국장인 아버지가 2년 동안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작전명령 640’을 펴냈다. ‘작전명령 640’이란, 상징적인 군대용어인 ‘작전명령’과 ‘640일 간의 기록’에서 숫자를 따와 합친 것이다.

아들의 편지에는 군 입대 시기부터 제대를 앞둔 시점까지 군대라는 공간 안에서 겪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다. 부대 내 동기들과 선임들이 겪는 갈등, 각종 훈련을 받으면서 느끼는 것들을 세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또, 동료병사에게 고졸 검정고시를 치를 수 있도록 공부를 가르치는 훈훈한 이야기와 전역 후의 삶에 대한 고민, 인생에 대한 철학적 사색 등이 진솔하게 드러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아들을 군대에 보낸 아버지로, 아버지는 평소 자상하고 자식 걱정 많은 말 그대로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어떤 때는 40년의 세월을 건너뛴 선임이 되어 부하 장병인 아들을 놀리기도 한다. 예를 들면 아들이 2주 동안 힘든 훈련을 받으면서 눈물 콧물을 쏟았다고 하자, 아버지는 편지에서 이렇게 답한다.

“아마도 2주 뒤에 강행군으로 녹초를 만든 다음 앞사람 등에 얼굴을 기대라고 시켜 놓고는 어머님 은혜를 부르게 하면 그때도 바가지로 콧물과 눈물이 나온단다.”

하지만 60세에 가까워 세월의 빠름을 한탄할 나이가 된 아버지는 “세월에게 다시 명령하노니 앞으로 546일은 빨리빨리 돌아가되 그 후에는 천천히 돌릴 것을 엄숙하게 명령하노니 착오 없기 바라노라” 하면서 이제 갓 입대한 아들의 빠른 제대를 기원하기도 한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아버지의 직업이 현직 우체국장이다. 현재 청주우편집중국장으로 재직 중인 아버지와 그 아들이 주고받은 편지라는 점과 우표를 붙이고 사연을 담은 봉투가 시차를 두고 전해지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풍부한 점 등은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정이 두터워지는 만큼 세대 간의 벽은 엷어지는 따뜻함을 전한다.

많은 청년들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병역의무 앞에 좌절하고 젊은 날의 특권인 자유를 유보해야 하는 까닭에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국민의 79%가 ‘군대 갔다 오면 사람 된다’고 생각한다는 흥미로운 여론조사가 있을 정도로 우리 국민에게 군대란 각별한 곳이자, 인내심과 책임감을 습득하고 국가관과 사회성을 함양하는가 하면 헐거웠던 안보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군대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 같은 군대의 순기능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입대를 앞두고 있는 당사자나 그 가족들에게는 ‘안도’를, 오래 전에 군대를 다녀온 아버지 세대에게는 ‘격세지감’을 독자에게 덤으로 선물하고 있다. 사라져 가는 문명의 유물인 ‘종이 편지’의 가치를 확인할 있는 점도 이 책의 숨은 매력이다.

김성태, 김영준 지음/신국판/350쪽/13,800원/2015년 5월 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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