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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5-19 1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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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리체데이’의 창시자이자 극단 ‘데레보’의 리더 안톤 아다진스키의 스승이었던 슬라바 폴루닌‘은 전통 광대극을 현대의 새로운 예술장르로 부활시킨 세계 광대 예술의 대부로 불린다.

17세 때 엔지니어링과 회계를 공부하기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주한 그는 우연히 마임 공연을 관람한 이후 마임에 매료돼 모든 계획을 접고 상트페테르부르크 마임 스튜디오에서 관대예술에 입문, 1979년 ‘리체데이’ 극단을 창단하면서 광대예술의 위대한 전통을 다시 부활시키기 위해 연극적 구성과 마임을 가미한 새로운 장르의 광대예술을 개척했다. 그는 ‘리체데이’의 색다른 작품들로 일반 대중 속을 파고 들었고, 언어의 힘으로는 도저히 전달할 수 없는 숭고함과 슬픔, 그리고 감동을 선사하면서 러시아의 대표적인 광대예술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1993년 러시아에서 초연된 ‘스노우쇼’는 지난 20여 년 간 전 세계 100여 개 도시, 수천만 관객의 마음을 홀린 작품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화려한 언어도, 뛰어난 테크놀로지도 아닌 아날로그의 따뜻함을 전달한다. 특히 공연을 보는 내내 벅찬 행복과 슬픔, 위로가 가득한 감동을 건네주는 이 작품은 이 시대 최고의 광대, 슬라바 플루닌의 오랜 작업 아이디어와 경험에서 우러나온 광대예술의 정수와도 같은 작품이다. 그는 막스 밀러, 찰리 채플린, 마르셀 마루소 등과 같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뒤를 이어 21세기 광대 예술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대가로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 시대 최고의 광대 ‘슬라바 플루닌’을 서면으로 만났다.

Q. ‘스노우쇼’를 보면, 당신의 유년 시절이 궁금해진다.

A. 저는 러시아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저희 가족은 예술 쪽이나 공연 비즈니스와는 거리가 멀었고, 저는 어렸을 때 찰리 채플린의 ‘kid’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곧바로 지팡이를 만들어 찰리 채플린의 걸음거리를 따라 했고, 친구들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웃었다. 아마 그 때쯤 제 미래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다. 저는 제가 광대로 태어났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광대가 되고자 하는 열망은 훨씬 후에 나타났지요.

Q. 전문 광대는 어떻게 되었는지요.

A. 연기는 판토마임으로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신비로운 무성 예술에 빠져들었지요. 몇 년 동안을 기괴한 판토마임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주로 제 공연 파트너인 Alexander Skvortsov와 작업을 했고 우리 둘은 곧바로 관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어 러시아 전역의 저명한 공연장에 설 수 있었습니다.

그 후 80 년대에 들어서는 슬라바(혹은 아시사이)라는 제 광대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그는 제가 관객들을 웃게만 만드는 게 아니라 ‘슬프고 착하고 상냥하게 소통하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광대가 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습니다. 몸을 더 유연하게 만들 수 있도록 혹독한 발레 트레이닝에서 세계 연극, 서커스, 엔터테인먼트, 카바레, 영화 등 다양한 경험에 대한 연구도 했습니다. 외부적으로 ‘신, 부모 혹은 자연으로부터’ 받는 천부적 재능은 밑바탕에 불과합니다. 마치 내 속과 노력으로 집을 지을 때 필요한 기반이나 마찬가지이죠. 집이 어떻게 지어질지는 결국 본인이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이는지에 달려있습니다.

Q. ‘스노우쇼’를 어떻게 구상하고, 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은 무엇인지요?

A. 이 공연은 사실 발표하기 20년 전부터 구상한 것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와 아이템들로 구성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 자신을 최대한 잘 표현하기 위해 오랫동안 영감이 되는 아이템들을 조금씩 조금씩 수집하면서 이 작품이 만들어진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이 쇼의 많은 부분들은 제 유년시절의 기억, 특히 러시아의 하얀 눈이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린 시절의 여행입니다. 꿈 많은 유년 시절, 눈 덮인 유년 시절로 돌아가, 그때 그 시절의 꿈과 기대에 흠뻑 젖어보는 겁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만 느낄 수 있었던, 알록달록한 컬러플한 세상, 솔직한 감정, 작지만 소중한 디테일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 개개인이 (이 공연을 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다른 연극 예술과 마찬가지로 이 극에서 가장 마술 같은 점은 관객과의 교감입니다. 대사가 아닌, 연기자와 관객들 사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이 미묘한 교감이 극장에 마법을 일으키는 작품입니다.

Q. 서커스와 광대극(예술)의 차이점은?

A. 서커스가 시적인 아름다움을 잃고 기술과 속임수를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광대들은 영화, 극장 혹은 거리 공연을 하러 떠났습니다. 그 곳에서 그들은 자유와 자신들만의 공간을 얻었고, 그로써 그들은 서커스 단원의 머릿수만 채우는 존재가 아닌 그들 공연의 주인이 되었습니다...광대들은 자신의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들입니다...저는 광대연기가 서커스 장르나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넘어 더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당신이 운영하는 ‘바보들의 아카데미’에서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

A. ‘바보들의 아카데미’는 어떻게 하면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지 아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가 서로한테 배우는 곳입니다. 이곳은 세상의 심각함과 허영에 반대해 인생을 즐겁게 사는 것을 추구합니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자신의 진로, 걱정, 수입 등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삶의 즐거움을 망각합니다. 꽃향기를 맡고, 새들의 노래를 듣고, 여름 날 잔디밭에 누워서 별들을 감상하는 법을 잊어버린 겁니다.

‘바보들의 아카데미’의 가장 큰 목적은 이런 소소한 일들이 우리 삶에서 잊혀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에서는 이렇게 작지만 중요한 일이 수없이 많습니다. 이런 것들을 놓치고 산다면 사람들은 심각함에 빠져 미소 짓는 법도 잊어버릴지 모릅니다. 광대가 행복할수록 관객들도 행복해 집니다. 그래서 저는 행복한 사람들만 팀원으로 선정합니다. 그것이 제 비밀/비법입니다.

Q. 당신 이름 앞에 ‘세계 최대의 광대’라는 수식어가 붙는데, 이런 명성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A. 물론 감사하다. 그리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요. 그러나 저는 ‘바보들의 아카데미’의 대통령이란 칭호를 더 좋아합니다. 제가 Academy를 창단했을 때 스스로에게 준 직위입니다. 또한 덴마크의 여왕이 지어준 ‘안데르센(동화작가 안데르센은 덴마크 출신임)의 러시아 특사’라는 칭호도 좋아합니다.

Q. ‘스노우쇼’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비결은 무엇이고, 작품에 대한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지?

A. 우리 공연이 ‘무언극’이라는 점은 우리가 오랫동안 전 세계를 성공적으로 투어 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그리고 모두의 인생과 관련 있는, 단순하지만 영원히 지속되는 중요한 요소들, 즉, 우정, 고독,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또 그러한 주제들은 독창적으로 표현하고자 하기 때문이고요. 끝으로 제가 이 세상에 대해 감탄하고 이곳에 있음을 행복하게 생각하는데 관객들이 그걸 같이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닌가...생각합니다.

또 작품에 대한 영감은 자연, 아이들, 그리고 책. 저는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해요. 평생동안 수집하고 즐겨 읽은 책들로 이뤄진 큰 사서를 갖고 있습니다. 공연에 있어서는 시각적으로 생동감 넘치는 공연들을 좋아합니다. 그래서인지 피나 바우쉬와 로버트 윌슨의 공연들을 좋아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A. 어는 순간부터 제 삶과 예술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므로 저한테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그것이 중요하든 중요하지 않든 저에게는 동등하게 소중한 일입니다. 오늘 저는 러시아의 가장 큰 서커스단의 수장이며 새로운 극을 만들고 선보이는 극단을 소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구 곳곳의 다양한 도시에서 큰 규모의 거리 이벤트도 선보이고 현재 책을 집필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심심할 겨를이 없습니다.(2013년 초 스라바는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서커스단인 상트페테르부르크 볼쇼이서커스단의 예술감독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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