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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5-17 16: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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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뮤지컬 ‘바람처럼 불꽃처럼’ 공연을 마치고 분장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김한나 대표 . ⓒ 사진/배수현

“너무 욕심이 많은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만, 제작 환경 상 어쩔 수가 없어서 일인 다역을 하게 되었는데 당장 램프의 요정이 나타나서 소원을 말해보라고 하면 이리 말하고 싶습니다. ‘든든한 투자자와 연출가를 보내주십시오. 배우만 하게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음 지으면서 본지 기자들을 맞은 김한나 대표를 지난 9일 양재동 한전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창작뮤지컬 ‘바람처럼 불꽃처럼’은 역사적 사실적 바탕으로,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동면 소재 ‘치술령’을 배경으로 한 설화를 원용해 쓰여 졌다, 실제인물인 눌지왕, 실성왕, 박제상과 김씨 부인, 그리고 4남매를 제외하고는 극적 구성을 위해 작가는 그 시대를 풍미했을만한 가공의 인물을 등장시켰다,

신라 충신 박제상의 높은 기개와 충절,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지아비를 기다리다 돌이 된 사연’을 말하는 망부석 설화의 근원인 치술령 비극의 주인공의 김씨 부인의 애절한 사랑과 그 시대의 정치적 암투가 개성 있는 캐릭터의 인물들에 의해 리얼하게 그려졌다.

김한나 대표는 창작뮤지컬 ‘바람처럼 불꽃처럼’에서 제목이 말해주는 ‘바람과 불꽃’의 의미에 대해 “바람처럼 떠나지만 불꽃을 심고 간다는 뜻”으로, ‘망부석 설화’를 모티브로 잡은 이유에 대해 “울산지역 고대사를 연구하다 소재를 찾았고 그냥 지역설화로 묻히기에는 그 배경과 사실이 작은 사건이 아니라 정리해 예술성 있게 승화시키고 보존 전승해야할 가치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12년 전, 글감을 발견하고 한번 잡으면 하루를 밤낮을 앉아 쓰다가 막히면 치술령 꼭대기를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다 묻어두었던 작품을 새로 꺼내 새로 다듬고 노래를 붙이고 배우들에 의해 인물이 살아 움직이는 건 창조섭리와 닮았다”면서, “말할 수 없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작품의 배경은 1,600년 전(AD 418) 신라는 안으로는 기득권이 왕성했고, 밖으로는 힘이 약해 주변 국가들에 왕제(왕의 형제)들을 볼모로 보낼 정도로 고달픈 상황으로, 백성의 고혈을 짜내고 밀매를 통해 자기 잇속만 챙기는 귀족들과 희생과 인내로 살아가는 백성의 모습이 교차한다.

▲ ⓒ 사진/배수현

그런 시대적 암울함을 박차고 신라의 기상을 세우기 위해 사지를 선택한 박제상과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재를 털어 가난한 백성들을 구제하는 그의 부인 김씨. 왕제를 구하기 위해 대신 잡혀 고문 속에 죽어가면서도 나라에 대한 충성과 기개를 지킨 박제상과, 참혹한 가족사를 맞이하면서도 김씨 부인은 “내 오늘 육신을 버려 영원을 얻을 것입니다”라며 훗날 좋은 세상을 이룰 후손들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

김 대표는 창작뮤지컬 작업의 어려움과 즐거움에 대해서, “창작품이기에 모든 것이 처음이라 매력적이며 동시에 고충이다. 생명을 창조해 탄생시키는 것과 같은 희열이 있다.”면서, 이 시대 상황과의 병치는 의도한 건지, 그렇다면 목적이 잘 이루고 있는지에 대해 “의도했다. 그리고 관객이 절대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공연은 비극적 내용을 그리고 있으나 드라마에 내포된 뜻이 밝고 깊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우리의 마음을 아련하게 하는 노랫말과 멜로디가 있고, 가사를 음미하다보면, 요즘 세대에 보기 드문 언어코드로 씌어진 슬프도록 아름다운 한국어의 맛이 우러난다. 노랫말이 한편의 시처럼 느껴지고 멜로디는 그 노랫말과 극적 정서를 잘 매치시켰고, 사극 뮤지컬애서 보기 드문 다양한 장르의 음악 구성이 돋보인다.

이 작품에 꾸준히 그려진 민족 자긍심, 박제상이 두 왕자를 불모에서 구해오는 일은 조국 신라의 자존심을 위한 일로 ‘國格’을 높이는 일로, 박제상은 충신으로 죽었다 “차라리 신라 땅 개 돼지가 될지언정 왜 나라의 신하가 되지는 않을 것이오. 차라리 신라 당에서 갖은 매를 맞을 지언정 왜 나라의 벼슬은 받지 않겠노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죽음을 선택한다.

특히 이 작품은 창작공연임에도 의상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당연히 문화상품으로서 장기공연을 위하고 고증해서 정통성 있는 의상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어 투자했다”면서, 소재는 고전임에도 다양한 음악을 선택한 것에 대해 “고전은 현대와 호흡이 맞을 때 새로 태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극 속에 웃음을 담았듯이 음악을 현대적 코드로 심지 않으면 관객과 호흡은 더 어려울 수 있기에 익숙한 장르의 음악코드로 사극이란 거리를 당기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김씨 부인의 대사 중 ‘2천년 뒤에는 더 좋은 세상이 올거라는 대사가 있는데 그녀의 말이 이뤄진 것 같은지’에 대해, “1600년 전보다는 더 좋은 세상이지만 미래가 더 중요하다. 미래를 위해 지금 시대적 성찰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 좋은 세상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씨 부인은 왕궁에 들어가 박제상의 구명을 호소하지만 반대파 대신들의 농간으로 박제상 구출이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자진해서 구출대를 조직한 마을사람들과 민병들이 귀족들이 보낸 왜놈 해적들에 의해 살해를 당하자 격분해, 김씨 부인은 왜적과 귀족들을 연결한 자를 잡아 그 일을 사주한 대신들과 귀족부인들 앞에 들이댄다. 권력 앞에 희생된 백성의 외침, 잘못된 가치관에 대해 항거하면서 미래에 대한 소망을 버리지 않는다. 박제상의 죽음이 전해지고 두 딸까지 치술령에서 희생되자 신념과 뜻을 굽히지 않고 진정한 충심과 인간에 대한 존중에 메시지를 세상에 던지고 죽음으로 항거한다.

김 대표는 2막 부인이 들고 온 깃발 ‘지천명’에 대해 “50세를 두고 지천명의 나이라 말하듯, 순응이란 걸 모르는 세대에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은 곧 순응을 배우고 철이 든다는 의미로, 이 극에서 외치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라는 뜻을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끝으로 이 작품을 통해 전해주고 메시지에 대해 “과거에 담긴 오늘의 우리를 바라보며 내일을 바라보게 되는 게 역사의 가치이다. 역사는 항상 승자의 기록이지만, 그 승자의 뒤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자신을 희생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승자가 역사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 한다”면서,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 아니라 진실한 자의 기록이 되어야 한다. 세상에서 모두가 공정한 대우를 받으려면 이타적인 가치관을 가져야 공존할 수 있다는 걸 전하고 싶다. 관객이 잊고 있던 공동체 의식을 되찾는 것과 역사의식을 가지고 세상사를 바라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작품에서 박제상의 부인 김씨 부인의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단순한 사고가 아닌, 자신이 선택한 죽음, 인간이 지녀야 하는 고귀한 가치에 대한 신념을 지키고자 죽음으로 세상을 두드린 희생이 비극을 만든다. ‘안티고네’가 그랬고, ‘햄릿’ 또한 그렇다. 아쉽게도 지금까지 전하지는 않지만, 이미 저 아득한 옛날에 이 박제상과 김씨 부인의 비극을 기여 ‘치술령곡’이 지어져 불린 바 있다.

이제 1600년 후의 사람, 작가 김한나에 의해 작품으로 씌어지고, 배우 김한나에 의해 불리는 현대의 새 치술령곡, 뮤지컬 ‘바람처럼 불꽃처럼’은 과연 어떤 노래로 오늘을 사는 우리의 정신을 두드릴지 기대가 된다.(공연문의 82-505-89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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