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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5-14 13:3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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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길을 가는 것이다.
길을 가다가 꽃도 만나고 들풀도 만나고 바람도 만난다. 이 인생길에서 하늘과 구름, 새와 꽃들을 함께 볼 수 있고 나눌 수 있는 길벗을 만나는 것은 행복이다.
오래전부터 나는 문학의 뜰을 서성였다. 그리고 이제야 첫 시집을 내 놓는다. 나의 좋은 길벗들이 내 혼이 담긴 이 시집의 그늘 아래 앉아 잠시 쉬어갈 수 있길 바래본다‘-’자서‘ 중에서

시인 석정삼은 한 발자국 떨어져서 관조할 줄 아는 사람이다.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를 자연의 세레나데이며 풀과 나무와 새와 구름이 청중이 되어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시인이다. 시집에서 사랑은 일관되지만 다양한 상황으로 나타난다. 시집 근저에 깔린 사랑이 여러 모습으로 변주돼 사랑의 노래를 영원히 부른다.

시의 주제는 무엇이든 될 수 있지만 가장 보편적인 주제는 사랑과 이별이다. 흔하디흔한 소재이지만 그만큼 우리 삶 속에서 가장 밀접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보편적인 주제를 벗어나 자연과 신앙의 삶에서 접한 인생들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이 시집은 우리의 마음에 차분히 스며들어 편편마다 녹아 있는 자연의 노래가 들린다.

세상과 사물, 그 안의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시적 세계를 표출하는 시인의 감각이 아련하게 전해져 온다. 쓸쓸한 마음에서 묻어나오는 감각이 최고조에 달할 때, 시는 더욱 풍요로워지고 서정과 추상적인 것들에 대해 골몰하게 된다. 이 시인이 계절들과 대화하듯 이끌어내는 삶의 방식을 통해 독자 또한 계절들과 다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여기, 한 시인이 서정적 고백을 노래하는 소리가 들린다. 시인은 사계절에 대한 자신만의 시선으로 사물들을 투과한다. 인간의 내면세계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어 사계절에 빗대어 노래한다.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과 겨울, 사계절른 늘 찾아오고 떠나간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세월이 흐르고, 잎들이 시들고 다시 피어나는 것처럼 우리네 인생도 사계절과 같다. 계절의 사이에서 웅크리고 있던 생명이 태어나듯, 한 시인이 시적 세계에서 한 송이 꽃이 부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립고 생각나는 사람들이 자꾸만 보인다. 그리움을 오감으로 받아 적고 있다. 눈에 보이는 계절, 꽃, 날씨 이 모든 것은 시인이 시를 쓰는 재료가 된다. 사소한 꽃 한 송이를 보고 그리움의 정서를 끄집어내는 시인의 관찰력 또한 돋보이는 시집이다.

1부에서는 각종 꽃의 내면을 세심하게 묘사하고 있다. 억새풀이 마디마디에 속마음을 내려놓자고 하고, 개나리꽃이 노오란 새 옷을 지어입고 긴 사닥다리를 만들어 오시는 님 마중한다고 하면서 박꽃 속에는 아름다운 별세계가 있고 코스모스가 핀 가을뜰에는 웃음이 팔랑개비 되어 하늘을 맴돈다고 노래한다.

2부에서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때론 풍경화처럼, 때로는 돋보기로 들여다보듯이 묘사하고 있다. 넓적한 당신의 어깨가 모든 시름 껴안아주신다고 산을 노래하며 해 기울고 욕심 내려놓으면 은색 찬란한 목걸이는 귀가를 한다. 며 이슬을 노래한다.

3부에서는 신앙인으로 예수그리스도에 대한 연가이다. 지친 나를 안아 주소서 당신의 어깨에 기대게 하소서. 라면서 안식처를 갈구하며, 신선한 바람 불게 하시니 그 바람결 따라서 나는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라며 가을의 기도를 올린다.

4부에선 인생의 길에서 만난 인연들에 대해 노래한다. 멀리서 찾아온 벗이 빗물 되어 내 안을 적신다고 벗을 그리워하며 흑갈색 머리 풀고 갈매기향기로 나에게 오는 커피와 당신은 그리움의 끝 사랑의 마침표이십니다. 라며 어머니를 노래하며, 시퍼런 바다는 오늘도 침묵하고 있구나. 라며 세월호의 아이들을 추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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