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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5-13 11: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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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윤빛나

커다란 수조가 무대를 거의 다 차지하고 있다. 뒤편에 앉은 연주자들이 들려주는 독특하고도 이국적인, 그러나 친근한 음악이 끊임없이 흐른다. 모든 것을 안고 토해내며 때로는 다정하고 가끔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물과 함께.

신화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연극 '변신 이야기(연출:변정주)'는 고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Ovid)가 그리스로마 신화를 소재로 쓴 서사시로 미국의 저명한 연극인 매리 짐머맨(Mary Zimmerman)이 극작으로 재구성했다. 2002년 브로드웨이에 진출, 토니 어워즈 ‘연출상’,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4개 부문 수상을 비롯해 수많은 시상식에서 인정받았으며 오랜 시간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천지창조, 마이다스, 알퀴오네와 케윅스, 에뤼식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포모나와 베르툼누스, 뮈르라, 파에톤, 에로스와 프시케, 바우키스와 필레몬. 10가지의 신화들을 통해 인간의 욕망, 사랑, 파멸을 보여준다.

익숙한 줄거리도 있고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야기들은 ‘변신’이라는 키워드로 이어져 있으며 가장 큰 매개체는 푸른 수조에 담긴 물이다. 물속에 들어가 몸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깨닫게 만드는 상상력이 기발하다. 때로 과거에서 미래로 시간을 가로지르고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공간을 뛰어넘게 만드는 장치가 된다.

물에 대한 장치는 배우들의 호연과 만나 배가되는데 다른 존재로 ‘변신’하기 위해 거쳐 가야 하는 관문이 된다. 손에 닿는 모든 것이 황금이 되길 바랐던 마이다스 왕의 이야기는 물질에 집착하는 마음을 쿡 찌른다. 딸마저 황금으로 만들어버리는 그의 손. 축복이라 생각했던 것이 커다란 저주가 된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래서 삶이란 의미가 있다. 대단한 양 의미를 갖다 대어도 한치 앞도 알 수 없으니까.

아름다운 포모나를 사랑하는 베르툼누스. 그녀를 얻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할 때는 조금의 과심도 얻지 못하지만 치장을 벗어버리자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받을 수 있다니 참 멋진 일이다. 하지만 치장을 벗기 위한 용기를 갖는 일은 어려울 것이다. 해피엔딩이 약속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 밖에도 알퀴오네와 케윅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뮈르라, 에로스와 프시케, 역시 사랑에 대한 신화가 가장 많다.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부터 호기심으로 인한 파멸, 끝내 사랑을 쟁취하기도 하고 영원히 함께 하고자하는 소원을 이루기도 한다. 누구라도 꿈꾸는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은 역시 신화에서나 가능한 것인가.

‘변신’과 관련된 10가지 신화는 단순한 옛날이야기, 신기하고 이상한 이야기가 아니라 가장 깊은 감정을 끌어올리고 근원에 대한 상상력을 떠올려보는 계기가 된다. 이야기 하나하나에 담긴 은유를 발견해가는 즐거움이 상당하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느끼도록 돕는 것은 밴드 ‘고래야’의 라이브음악이다. 밴드 고래야는 노래와 함께 기타, 대금, 소금, 퉁소, 거문고, 퍼커션 등 여러 가지 소리를 통해 신화 속으로 더 깊이 데리고 간다.

사랑스러운 소녀부터 냉혹한 여신, 어리석은 남자부터 아름다운 남신, 나무, 배고픔 등 배우들은 무려 75가지의 캐릭터로 다채로운 변신을 거듭한다. 다양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는 배우 김준원, 정태민, 손지윤, 오정택, 이형훈, 전성민, 이효림, 유주혜, 경지은이 참여했다. 믿고 보는 극단 노네임씨어터의 신작 '변신이야기'는 오는 17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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