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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5-07 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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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한 국가로 통일되기까지, 크고 작은 수백 개의 제후국들이 서로 먹고 먹히면서 자기 나라의 이익을 확대시키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다. 이처럼 중국 고전은, 목숨을 건 암투를 벌이는 가운데에서 나온 지혜의 결정체이기 때문에 3천년의 시간을 살아남아 첨단의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변치 않는 진리를 깨우쳐준다.

‘교양으로 읽는 인문학 클래식’은 우리에게 비교적 친숙한 중국 고전 15권을 한 권 안에 정리해 놓았지만 단순한 요약서나 인문서가 아니다. 이 책은 중국 고전이 한결같이 주장하는 지도자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래 중국 고전은 사회지도층이 같은 지도자층을 대상으로 쓴 것들이다. 따라서 중국 고전은 옛날부터 사회 지도자들에게 인격을 형성하는 기본 교양서로 읽혀왔다.

또한 중국의 중심을 이루는 한족은 굉장히 현실적이어서 관념적인 사색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천하를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 하는 ‘정치’와 눈앞에서 보이는 냉엄한 현실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인간관계’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 책은 인간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가 두루 담겨 있는 ‘중국 고전으로 배우는 지도자의 자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인간학적인 면에서 접근해 역사 속 패자, 재상, 지략가, 현신 등의 일화를 통해 소개했다는 점이 특색이다. 어떤 조직이든 지도자의 책임은 막중하다. 각계 지도자, 고위관리자, 경영자는 물론이고 지금은 개인도 주도적으로 살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됐다. 그만큼 엄격하게 자아를 형성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책은 모든 사람들에게 전체를 파악하는 안목, 분별력, 결단력, 실행력 등을 발휘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될 만하다.

# 지혜로운 사람은 작은 손실에 얽매이지 않고 근본을 파악한다.

지도자는 대국적인 판단 능력, 전체적인 조정 능력,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해 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내는 능력의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 한나라의 재상 진평과 병길의 예를 통해 이와 같은 지도자의 능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를 확인해 볼 수 있다.

문제가 재상 진평과 주발을 불러 총 몇 건의 재판이 있는지, 국고의 수지는 연간 어느 정도인지 등을 묻자 주발은 당황해 쩔쩔매면서 “잘 모르겠다”고 사죄한 반면, 진평은 “그 건은 각 담당자에게 물어보라”며 떳떳했다. 그 이유로 진평은 “재상이란 위로 천자를 보좌하고 음양의 조화를 도모해 나라를 순조롭게 다스리도록 돕고, 아래로는 백성이 골고루 혜택을 받도록 하는 일”을 하지 세부 사항은 “각 관리인들이 받은 책임을 다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문제는 진평을 칭찬하고, 주발은 자신의 미흡함을 부끄러워하며 재상자리에서 물러나고 만다. 그리고 진평은 문제에게 말한 그대로 재상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했다.

또 다른 예는 진평보다 120년쯤 뒤의 재상 병길의 이야기다. 마차를 타고 도성을 달리던 병길은 난투극이 벌어져 사람이 죽는 일에 대해서는 별일 아니라는 듯 그냥 지나치더니, 달구지를 끄는 소가 혀를 내밀고 헐떡이는 모습을 보고는 사종을 시켜 얼마나 먼 거리를 달려왔는지 확인토록 했다. 병길은 이를 의아하게 여기며 묻는 서기관에게 답했다.

“난투 사건은 도지사나 관청장이 관리할 일”이고, 자신은 “1년에 한 번씩 그들의 근무 현황을 평가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재상이란 자고로 음양의 조화를 도모하게 하는 자리이지, 사소한 일에 개의치 않는 법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노상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여한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는 대답이었다. 역시 이 말을 들은 서기관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부끄러워 했다고 한다.

앞서 말한 지도자의 세 가지 능력은 분명한 판단력과 추진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면서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 얻고자 하면 먼저 줘라. 이것이 정치의 요체다

지도자는 혼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아랫사람과 맺는 상하관계에 횡적인 관계가 추가돼 개인과 타인, 개인과 전체의 관계가 생긴다. 인간은 인간관계를 통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중국 지도자들은 3천년 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다.

관계 맺음은 무작정 진행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 분별력을 전제로 한다. 이는 개인과 지도자를 가릴 수 없는 일이나, 지도자의 선택에 따른 파급력은 나라의 존망을 뒤흔드는 일이기 때문에 개인의 선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전쟁을 예로 들자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명장들은 결코 무리한 싸움이나 승산 없는 전쟁은 벌이지 않는다. 지휘자의 능력과 자질에 따라 그 승패가 좌우되는 것으로 능력과 인격 모두를 연마해 내지 않고서는 사람들 위에 설 자격이 없다.

지도자는 아랫사람을 구속하기 위해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것이 이상적인 관리 체제이다. ‘군주는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는 말을 지도자라면 새겨들어야 한다. 물을 배를 띄우기도 하고 전복시킬 수도 있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나 집안을 다스리는 일이나 방법은 거의 같다. 집을 잘 다스리는 자는 가족은 물론 아래로 하인에 이르기까지 성격과 인격의 좋고 나쁨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 하나라도 장악을 못한 것이 있으면 그 기회를 틈타 제멋대로 해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또한 옳고 그름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첨을 충성, 탐욕을 청렴, 무능을 유능으로 착각하기 마련이다.

또 하나, 상대와 똑같이 행동하면 자기와 비슷한 사람밖에 얻지 못하며, 예의를 갖추지 않고 상대를 대하면 수준낮은 자들만 모여들고, 소인배들만 모이게 된다.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아랫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자신보다 훌륭한 인재를 얻고자 한다면 상대에게 경의를 표하고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어느 정도 기반이 잡히고 안정된 듯 보일 때 더욱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좋을 때는 처음의 긴장감이 사라지고 마음이 해이해지기 때문이다.

# 연륜이 쌓일수록 깊은 공감을 할 수 있는 인류의 필독서

옛날부터 중국인들은 음양이 균형이 잡히면 세상을 평화롭게 다스릴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이변이 일어난다고 여겼다. 음양의 조화를 도모한다는 말은 그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항상 주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부동의 경지에 이른 그 위인들은 성공했다고 기뻐 날뛰지 않으며, 실패했다고 전전긍긍하지도 않았다. 외부의 충격에 마음이 동요되는 사람은 한계에 부딪치면 화를 내고, 일이 잘 풀리면 그것에만 집착하며 사소한 일에 얽매여 자유를 잃게 마련이다.

어떤 일에든 의연하게 대처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단련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중국의 고전에는 통치자뿐 아니라 그 아래의 장수와 부하들, 유세객들의 이야기까지 인간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가 두루 담겨 있다. 현실에 입각하면서도 이상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간 인간의 생생한 기록이 가득하다. 어떤 일을 해내겠다는 투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손자의 가르침처럼 빠르기는 질풍과 같고, 서행하기는 숨처럼 기세가 왕성하며, 움직이지 않음은 산처럼 진중할 줄 알아야 한다.

관중은 인간에게 필요한 도덕의식으로 절도를 지키는 일,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일, 자기의 잘못을 숨기지 않는 일, 남이 저지르는 악행에 동참하지 않는 일의 네 가지를 들었다. 또 제갈량이 사람을 분별하는 판단 기준 7가지 역시 세밀하다. 그 중 상대를 추궁해 태도를 변화를 살피는 방법, 술을 먹여 타고난 성품을 살피는 방법, 일을 주어 명령을 제대로 완수하는지 살피는 방법 등은 과하게 보일 수 있으나 평소에도 솔직하고 청렴한 사람은 두려울 것이 없다. 지도자의 관점에서 보면 제갈량의 지적은 매우 날카롭고 현대적이다.

맹자는 부단한 이야기를 들으면 상대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판단할 수 있고, 엉뚱한 소리를 들으면 어디에서 한계에 부딪쳤는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양으로 읽는 인문학 클래식’에는 춘추전국시대만큼 혼란한 이 시대에 분별력과 추진력을 한 몸에 장착하고 담대히 살아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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