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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4-16 15: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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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던 사회학과 대학생 미치 앨봄. 춤추는 걸 즐기지만 멋대로 노는 팔다리를 주체하지 못하는 유머 넘치는 모리교수님과는 ‘코치’라고 부르는 다정한 사이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연락하겠다는 약속을 잊고 산 지 16년이 지난 어느 날, 유명한 텔레비전 프로에 나온 모리교수님을 보고 미치는 홀린 듯 그를 찾아 간다.

연극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41개의 언어로 번역된 세계적인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루게릭 병에 걸려 죽어가는 스승과 매 주 그를 만나며 인생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제자, 두 사람이 함께하는 화요일마다의 수업이 잔잔하게 가슴을 파고드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유명한 여성연출 문삼화 번역, 특유의 감성을 섬세하게 풀어내는 젊은 연출 황이선이 함께한 작품으로 예술의 전당 ‘SAC CUBE 2015’의 첫 번째 작품이다.

피아노를 가르쳐줬던 삼촌이 허망하게 죽고 미치는 꿈을 잃은 채 스포츠 리포터가 되어 바쁘게 살아간다. 대학시절 은사인 모리 교수가 루게릭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듣고 찾아갔다가 매주 비행기를 타고 수업을 받으러 다니게 된다. 쇠약해지는 몸과는 달리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은 ‘코치’는 말한다. ‘네 마음은 평화로운 거냐?’‘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니?’

목발, 휠체어, 손 떨림, 의자, 침대. 만날 때마다 노쇠한 ‘코치’의 상태는 점점 나빠진다. 그러나 미소를 짓고 있는 스승의 얼굴은 평화롭다.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가진 그가 건강한 젊은이 미치보다 훨씬 여유롭고 편안해 보인다.

그래서일까, 미치는 대학시절처럼 화요일마다 수업을 받으러 오라는 스승의 말을 거절하지 못한다. 마지못해 했던 약속은 일 욕심 많던 미치가 다른 후배에게 일을 넘기고 올만큼 중요한 일이 되어간다. 삶의 우선순위는 그렇게 변해간다. 미치의 성장과 함께.

오랫동안 브라운관에서 사랑받아온 노배우 노주현은 책 속에서 빠져나온 듯하다. 맞춤옷을 입고 잔잔하게 모리교수가 된 그를 바라보다보면 울컥 애정이 솟아오르니 말이다. 미치의 아내인 제닌에게 노래를 부탁하자 수줍음이 많아 부르지 않을 거라는 미치의 말과는 달리 속삭이듯 부르는 재즈가 흘러나오는 장면은 잔잔한 이 극의 클라이맥스로 코끝이 시큰하다.

만약 내게 세 번째 아들이 있다면 그게 너였으면 좋겠어 라고 미치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후반부에 객석은 흐느끼는 소리로 가득하다. 대단한 반전이나 화려한 장치, 자극적인 이야기는 하나도 없는 작품은 인생의 의미를 반추하지만 결코 성급하게 훈계하거나 틀에 박힌 교훈 없이 온전히 따뜻하게 품어줄 뿐이다.

죽음을 앞두고 여전히 유머러스한 스승은 함께 울면서 결국 내가 널 울게 만들었다며 웃는다. 울고 웃는 두 사람이 주는 진한 감동은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복잡하게 채우기보다 여백이 가진 여유와 담백함이 참 좋다.

죽음 뒤에도 관계가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스승의 말대로 미치는 그의 무덤으로 굳이 화요일에 피크닉을 온다. 그리고 혼자 가만가만 말을 건넨다. ‘너는 얘기해, 나는 들을게.’ 그는 약속대로 듣고 있겠지, 변함없는 미소를 지으며. 어느 새 신이 나서 떠들고 있는 제자를 바라보고 있을 것 같아 미소 짓게 된다. 모리 코치처럼.

2인극으로 유머를 잃지 않는 멋진 스승 모리 교수역에 노주현, 스승의 변화와 만남에 따라 점점 애정이 더해지는 미치 앨봄 역에 오민석이 열연한다. 오는 19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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