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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3-29 20: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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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동의 니콜라이 체르니셉스키(Чернышевский Николай Гаврилович)원작, 강량원 각색 연출의 ‘쉬도 젤라찌 (Что делать’를 관람했다.

‘쉬도 젤라찌 (Что делать)’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러시아 말로, ‘쉬도 젤라찌? (Что делать?)’의 저자, 니콜라이 체르니셉스키(Чернышевский Николай Гаврилович; 1828~1889)는 문학이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삶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지침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고, 이러한 그의 사상은 볼세비키 주의자들에게 안성맞춤의 문학관이 되었다.

‘무엇을 할 것인가?’는 수용소에 수감 중이던 1863년 작가가 쓴 유토피아 소설로, 인간들이 인간답게 살려면 서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관해, 동시대의 세속사회를 배경으로 구체적인 역할모델(Role Model)과 비전을 제시함으로서 1860 ~ 1870년대 제정 러시아에서 인민주의 운동의 기폭제가 되었을 뿐 아니라, 마침내 볼세비키 혁명을 승리로 이끈 레닌에게까지 큰 영감을 주었다.

당시 러시아 젊은이들과 지식인들에게 이 작품이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켰는지, 혁명가이자 문학평론가 게오르기 플레하노프(Гео́ргий Валенти́нович Плеха́нов; 1856 ~ 1918)는 “인쇄기 발명 이래 러시아에서 이처럼 큰 성공을 거둔 책은 없었다.”고 평할 정도였다. 농노제에 반대해 사회주의를 부르짖은 사상가답게 체르니셉스키는 성선설을 지지하여 어떤 인간이든 충분히 좋은 환경을 마련해준다면, 다른 이를 괴롭히지 않으며 타락하지도 않으리라고 주장하였다.

소설의 골격은 단순명쾌하다. 딸자식을 부자귀족에게 시집보내 팔자 한번 고치려는 이기적인 부모의 강압에서 벗어나려, 의대생과 위장 결혼한 여주인공 베라 파블로브나 로잘스카야(애칭 베로치카)는, 노동자들이 자아실현은 물론이거니와 주주처럼 이익배당까지 받는 이상적인 방직공장을 차린다.

여기서 여주인공은 방직공작을 차려 성공함으로서 의사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되지 않는 여성상의 모범이 된다.

모든 사회계급의 평등과 남녀평등 그리고 자유연애는 이러한 전제에 뒤따르는 필연적인 결실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무엇을 할 것인가?’는 만인을 위한 유토피아 소설인 동시에 여성해방을 위한 페미니즘 소설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이 장편소설은 러시아의 문학사뿐 아니라 정치문화사와, 사상사, 철학사 등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족적을 남겼고, 당대 젊은 독자들과 후대 혁명가들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을 모델삼아 행동과 사고방식을 모방하고 애쓰게 만들었다.

예컨대 의대생 로푸호프가 위장결혼으로 베로치카를 억압적인 가정에서 구해냈듯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여성들의 해방을 위한 가짜결혼이 유행했고, 그렇게 집을 나온 여성들은 베로치카의 본을 받아 대개 방직공장을 열거나 그곳에서 일했다. 공장운영도 소설에서 상세히 설명된 방식을 본 땄으며, 베로치카의 방직공장처럼 매춘 여성일지라도 취업의사만 있으면 받아들였다고 한다.

무대는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출입구 왼쪽의 오퍼 석과 정면 벽 쪽 건반악기 연주석을 제외하고는 무대 전체 가장자리에 객석을 마련하고, 그 객석 중간 중간에 남녀 출연자들이 끼어 앉아 연기를 펼친다. 베로치카와 어머니의 의견대립이 바로 관객과 인접한 거리에서 펼쳐지고, 베로치카와 남편, 그리고 새 남편감인 연인과의 대화도 인근거리에서 행해져, 그 느낌이 바로 귓가에서 속삭임처럼 들리거나, 어떤 때는 귀청이 떨어져 나갈 듯 벽력같은 외침과 함께 피부로 전달된다.

물론 출연자들이 동선을 옮겨 무대 중앙으로 나오고, 춤을 추면서 무대전체를 회전하기도 하지만, 거의 객석 중간 자리에서 연기를 한다.

베로치카가 블루 스타킹을 착용하면 여성출연자 모두가 블루 스타킹을 착용하고, 출연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의상을 바꿔 입는 등, 거의 밀착된 공간에서 연기를 하고, 공연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와 토론도 행해지는 독특한 공연이다.

김문희, 이정임, 유은숙, 신소영, 김정아, 이은미, 김석주, 이재호, 장재화, 윤민웅, 김문정, 김광표, 이래경, 임주현 등 출연자들의 성격창출과 인접한 거리에서의 연기가 인상적이고 공감대 형성도 빠르다.

드라마투르크 김기란, 안무 금배섭, 음악 장영규, 무대 박상봉, 조명 최보윤, 영상 윤민철, 의상 강기정, 분장 장경숙, 무대감독 박효진, 조연출 김은정, 진행 조은데 김용희, 디자인 권경은 김정수 김선우, 홍보영상 김성주 등 스텝 모두의 열정이 드라나, 극단 동의 니콜라이 체르니셉스키(Чернышевский Николай Гаврилович)원작, 강량원 각색 연출의 ‘쉬도 젤라찌 (Что делать’를 한편의 실험극이자, 새로운 형태의 표현주의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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