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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3-18 11: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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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문화아이콘.

화제의 작품을 쓴 작가가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다. 시상식이 끝난 후 의문의 편지를 받는 작가. 그날 밤, 그는 납치되어 자신의 서재와 똑같이 꾸며 놓은 곳에서 눈을 뜬다. 휠체어에 수갑으로 묶인 채.

연극 ‘도둑맞은 책(연출:변정주)’은 성공적인 데뷔 이후, 슬럼프에 빠져 있던 시나리오 작가가 재기에 성공한 후 갑자기 납치되는 사건을 그린 심리 스릴러 연극이다. 영화 ‘고사_두 번째 이야기’, 드라마 ‘뱀파이어 검사’의 유선동 감독이 쓴 동명 영화시나리오를 원작으로 하며, 2011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긴 슬럼프를 지나 기막힌 시나리오‘백야’로 재기에 성공한 서동윤. 그를 납치한 사람은 오랫동안 그의 보조 작가였던 조영락이다. 선량한 얼굴로 그는 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시나리오를 쓰면 풀어주겠다고. '슬럼프에 빠진 시나리오 작가가 살인을 하고 사라졌다'는 아이디어를 들려주자 서동윤은 거부감을 드러내지만 그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그는 ‘도둑질한 책’이란 제목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내용은 조영락이 말한 대로 슬럼프에 빠진 작가가 우연히 재능 있는 제자의 시나리오를 읽고 그 글을 빼앗기 위해 제자를 죽이고 그의 여자까지 취하는 내용이다. 온몸으로 거부해봐야 소용없음을 깨달은 후 서작가는 오히려 글쓰기에 집중한다. 소설이 완성되면 그는 정말 풀려날 수 있을까?

작가의 이야기, 작품을 빼앗기고 도용하고. 어쩌면 꽤나 본 듯한 이야기지만 스릴러 연극인데다 2인극이어서 밀도가 상당히 높다. 비열하지만 어쩐지 이해가 가기도하는 서동윤의 모습 속에서 누구나 가지고 있는 원하는 결과를 내려하는 인간의 빗나간 욕망을 볼 수 있다. 결국 그를 그 지경에 빠뜨린 것은 스스로가 아닌지.

서동윤이 써가는 소설은 어쩌면 그 조차도 마주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마주하고 싶은 만큼 두려워 외면하고 숨기려 애써왔던. 다양한 역할들을 통해 시나리오의 내용을 한층 더 몰입시켜주는 조영락 역할 배우의 연기가 꽤 재미있다. 만약 그 부분이 없었다면 상당한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다.

어디까지나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과정이기에 과연 서동윤이 쓴 내용의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느 시점이 그냥 이야기인지 불분명한데 그 몫을 관객들에게 넘겨 흥미롭다. 다시 되새기고 싶지 않았던 날들을 마주하면서 그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풀려날 목적이었던 것도 잊어버린 듯 글을 써낸 작가, 그를 풀어주고(?) 제목을 ‘도둑맞은 책’으로 바꾸는 조영락.

현실과 과거, 소설 속 이야기가 뒤섞여 어디까지가 이야기인지 모호한 지점이 가장 재미있으며 극의 마지막 또한 무엇을 의미하는지 유추해보는 일이 즐거울 것이다. 무대 위의 칠판과 영상을 적절히 사용해 배우의 연기를 도와 연극을 좀 더 치밀하게 한다.

납치된 후에야 비로소 작가다워지는 서동윤 역에 뮤지컬과 연극을 넘나들며 활약하는 박호산, 믿고 보는 연기파 이현철, 그의 보조 작가로 작품을 은밀히 지배하는 조영락 역에 김강현, 김철진이 출연해 진가를 발휘한다. 오는 4월 26일까지 동양예술극장 3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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