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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2-07 17:5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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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명동예술극장.

‘여기가 집이다’와 ‘어머니’의 초청공연을 시작으로 자체 제작공연인 ‘리어왕’과 ‘문제적 인간 연산’ ‘아버지와 아들’로 이어지는 올해 라인업은 ‘집’과 ‘가족’을 화두로 던지면서 우리 존재의 뿌리, 그리고 현대인이 상실한 인간 근원적인 가치를 무대에 담는다.

아주 오래된 고시원에 사는 집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여기가 집이다), 죽음을 앞둔 어머니의 한 많은 인생이야기(어머니), 늙은 아버지에게 등 돌린 아들과 딸들(리어왕), 모성을 상실 당한 독재자 연산(문제적 인간 연산), 갈등을 피할 수 없는 아버지와 아들(아버지와 아들), 집안이 멸족해 고아로 자란 고씨(조씨고아), 그리고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하고도 마녀로 몰려 화형 당한 잔 다르크까지, 작품 속의 ‘문제적 인간’ 등을 통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부모와 고향, 그리고 조국과 개인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 여기가 집이다(작/연출 장우재, 1월 23일-26일)

명동예술극장은 우수공연초청시리즈1로, 지난 2013년 최고 화제작 ‘여기가 집이다’로 2015년 무대를 연다. 집과 가정의 진정한 의미와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묵직한 화두를 던지는 이 작품은 언론과 평단의 찬사를 받으면서 연극계에 장우제 연출의 이름을 뚜렷이 남겼다.

작품은 ‘가장’으로서 더 이상 월세를 받지 않겠다는 고시텔 주인의 파격적인 제안과, 곧 사라져버릴 행복에 취해 오히려 삶을 놓아버리는 거주자들을 흥미롭게 그려낸다. 이번 공연에는 연극계 대표배우 윤상화가 함께한다.

# 어머니(작/연출 이윤택, 1월 31일-2월 16일)

이어 우수공연초청시리즈2로, 우리 시대 어머니를 이야기하면서 꾸준히 무대에 올랐던 손숙의 ‘어머니’가 김미숙, 김소희 등 연희단거리패 대표 배우들과 함께 명동 관객을 찾는다.

걸쭉한 사투리와 유머, 특유의 애절한 연기, 그리고 수년간 호흡을 맞춰온 배우들과의 앙상블은 점점 완성도를 높이면서, 공연 15년째를 맞았다. 20여 년 전 이윤택 연출과 그의 어머니가 나눈 대화를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한국 근대사가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는 하나의 이야기로 탄생했다.

# 유리동물원(연출/한태숙, 2월 26일-3월 10일)

지난해 8월 공연돼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리동물원이 다시 한 번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비정한 현실을 피해 기억과 환상으로 도피하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로, 김성녀, 이승주, 정운선 배우의 출연으로 극찬을 받으면서 관객들의 재공연 요청이 많았던 작품이다.

# 리어왕(연출/윤광진, 4월 15일-5월 10일)

1993년 동아연극상 연출상과 작품상, 2013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연출상과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면서 흥행보다는 관객들에게 자극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 그동안의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과 평단의 신뢰를 얻은 윤광진 연출과 함께한다.

2015년 명동예술극장은 윤광진에 의해 이전과는 다른 새롭고 혁신적인 무대로 탄생할 예정이다. 세익스피어의 ‘리어왕’은 시적 표현의 탁월함으로 유명할 뿐 아니라, 주제 면에서도 4대 비극 가운데 가장 심오하고 진지한 세계를 그리고 있다.

‘배우의 경력에 정점을 찍는 역할’로 일컬어지는 리어왕에 어떤 배우가 캐스팅될지, 그리고 ‘햄릿’과 ‘줄리어스 지저’를 잇는 명동예술극장의 새로운 세계고전 시리즈 ‘리어왕’이 어떤 모습으로 탄생될지 기대된다.

# 문제적 인간 연산(작.연출/이윤택, 7월 1일-26일)

‘문제적 인간 연산’은 폭군으로 알려진 연산군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해 ‘어미를 잃은 아들’ ‘제의를 주재하는 무당’으로서 ‘연산’을 새롭게 해석한다. 고대그리스 비극의 코러스와 전통연회, 문학이 혼재해 연극성이 극대화된 무대는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연산과 녹수의 사랑은 한바탕 춤이 된다.

1995년 초연 당시 연산역에 유인촌, 녹수 역에 이혜영이 맡았고, 지난 2003년에는 연산역에 이상직, 신구가 성종을 연기하는 등 캐스팅으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 아버지와 아들(연출/이성열, 9월 2일-25일)

투르게네프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아버지와 아들(1982)’은 1840년대 ‘관념과 이상의 세대’와 1860년대 ‘행동과 혁명의 세대’ 간의 감동을 그렸다. 발표 당시 보수와 진보 양 편의 논쟁에 불을 붙이면서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세대갈등에 대한 소재뿐 아니라, 인생에 대한 철학적 사색, 뜨거운 연애 등 보편적 공감대가 녹아 있는 이 작품은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극작가 브라이언 프리엘에 의해 희곡으로 탄생했다.

‘아일랜드의 목소리’로 불리는 극작가는 ‘아일랜드의 체호프’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체호프식 극작술의 영향을 받았고, 브라이언 프리엘의 ‘아버지와 아들’은 투르게네프의 문학성과 체호프식의 연극미학을 접목시킨 것으로 평가됐다. 가장 최근에는 런던 돈마르웨어하우스 극장에서 지난해 6월에 공연됐고, 데일리 텔레그라프는 “이보다 더 나은 ‘아버지와 아들’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극찬 한 바 있다.

# 조씨고아(각색.연출/고선웅, 10월 28일-11월 22일)

중국고전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꼽히는 ‘조씨고아’는 13세기 원나라 작가 기군상이 역사적 사건을 재조명해 쓴 희곡으로, 사마천의 ‘사기’에는 멸족 위기에 처한 조씨 가문의 ‘조무’가 극적으로 가문을 다시 세웠다는 기록이 있다. 이에 허구를 덧붙인 것이 ‘조씨고아’로 고전적 주제인 충성과 의리, 정의실현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에서 고선웅 연출은 특유의 재기 넘치면서도 가슴 사무치게 비정한 복수극으로 재탄생시킨다. 세계 어느 고전비극과 견주어 손색이 없다는 이 작품은 중국 CCTV에서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고, 1733년에 이미 유럽에도 소개됐다. 또한 1755년에는 프랑스와 영국에서 성공적으로 공연됐고, 이후 독일과 러시아 등 유럽 각지에서 연극으로 공연됐다.

# Saint Joan(연출/김광보, 12월 2일-28일)

‘Saint Joan’은 세계적인 극작가 버나드 쇼에게 노밸문학상을 안겨준 최대 걸작으로, 잔 다르크의 삶을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영국적인 해학과 풍자, 사회와 정치, 종교에 대한 적확한 풍자로 극찬을 받았다.

버나드 쇼는 1431년부터 1456년까지 진행된 잔 다르크의 마녀재판 기록을 면밀히 검토한 후 사실에 근거한 탁월한 재해석과 풍자를 이끌어냈다. 작가는 영국과 프랑스의 정치, 종교계 리더들의 집단 이기주의로 인해 조국을 구하고도 화형을 당했고, 사후에야 성녀로 추앙된 잔 다르크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한 연극으로 풀어냈다.

그는 “이 비극에는 악당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마녀사얀에 연루된 모든 이들이 각자의 정치적, 종교적 믿음을 성실히 옮긴 결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향후 제작공연 후보자의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관객들에게는 유럽의 최신 현대희곡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세 편의 특색 있는 낭독 공연을 준비했다.

우선, 노르웨이의 극작가 아르네 리거의 ‘나는 사라진다’는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집’이라는 일상의 공간에서 ‘사라지기(떠나기)’를 강요당하는 한 여인의 부조리한 상황을 놀랍도록 단순한 언어와 축약된 형식으로 그렸다.

또 영국의 대표적인 현대극작가 마틴 크림프의 ‘Cruel & Tender’은 전쟁으로 인한 개인의 파괴를 그린 정치연극으로, 소포클레스의 ‘트라키스여인들’을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헤라클레스의 이야기를 유럽 현대사회로 옮겨 정치, 미디어, 철학, 성문제 등을 첨예하게 파고드는 수작이다.

끝으로, ‘소립자’는 현대 프랑스 문단의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작가 미셀 우엘백의 대표작을 각색한 희곡으로, 자유, 평등, 성의 해방을 외치면서 거리로 뛰쳐나갔던 프랑스의 ‘68세대’를 통렬히 비판하는 이 소설은, 열렬한 찬사와 격렬한 비난을 동시에 받으면서 프랑스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특히 2006년 영화로 제작됐고, 지난해에는 프랑스의 젊은 극작가 겸 연출가 쥘리앙 고슬랭이 아비뇽연극제에서 세계초연을 올려 큰 반향을 일으킨 후, 같은 해 파리가을축제 공식초청작으로 공연돼 큰 인기를 얻은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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