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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2-03 10: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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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랑.

여성스럽다. 아름답고 화려한 의상, 요염하게 움직이는 춤추는 육체, 진하게 화장한 얼굴. 하지만 그들은 모두 남자들이다. 뮤지컬 ‘라카지’에서 무대를 채우고 적재적소에서 웃음과 동시에 멋진 춤을 보여주는 ‘라카지 걸’들이다. 그들이 온몸으로 말한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니라고.

뮤지컬 ‘라카지(연출 이지나)’는 1973년 프랑스의 극작가 장 프와레(Jean Poiret)에 의해 연극으로 무대에 올린 후, 작곡가 제리 허먼과 배우이자 극작가 하비 피어스타인, 그리고 연출가 아서 로렌츠에 의해 동명의 뮤지컬로 1983년 8월 21일 브로드웨이 Palace Theatre에서 초연, 그 해 토니상에서 작품상포함 6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후로도 수많은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명실 공히 세계가 사랑하는 작품이다.

2012년 한국 초연에도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흥행에 성공, 한국뮤지컬대상 베스트외국 뮤지컬상, 남우조연상, 안무상, 앙상블상, 4관왕을 석권했다. 2년 만에 돌아오는 이번 ‘라카지’는 초연멤버들과 새로운 멤버의 합세로 더욱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지와 앨빈은 벌써 20년을 함께 살아온 게이부부이다. 조지는 클럽 ‘라카지 오 폴’을 운영하고 앨빈은 가수‘자자’로 유명세를 떨친다. 그들에겐 20살 된 매력적인 아들 장미쉘이 있는데 어느 날 결혼을 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한다. 게다가 그가 사랑하는 안느의 아버지는 극우파 정치인으로 게이는 물론 이혼조차 용납하지 않는 보수정당 대권주자 에두아르 딩동이란다. 그리고 당장 내일, 상견례를 위해 그들이 찾아온다는 소식을 듣는다.

상견례로 인한 일련의 소동이 이 작품의 줄거리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 사랑하기 때문에 아픔조차 넘어서는 희생. 가볍지 않은 내용임에도 작품을 보는 내내 미소가 그치지 않고 폭소와 감탄을 넘어 유쾌하다. 극장을 나서는 순간 조지의 말처럼 티켓 말고도 가슴에 따뜻한 기억하나 품고 돌아가게 된다.

작품이 초연되었던 1983년 당시, 에이즈에 대한 잘못한 정보와 편견으로 성소수자들은 차별과 기피현상으로 힘든 상황이었고 따라서 그들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 작품을 대표하는 곡인 ‘I Am What I AM’을 들은 아서 로렌츠는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작품에 나오는 넘버들 또한 완성도가 높다. 쉴 새 없이 웃다가도 문득 뭉클하고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참으로 다정하고 사랑스러우며 현명하다. 앨빈 이야기이다. 특히 김다현의 앨빈이 남편인 조지를 향해 “그래요, 우리 다 사랑하고 행복하려고 사는 거니까”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 저런 아내라면, 엄마라면 가정이 참 화목 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아플 때도 남편과 아들을 생각하는 앨빈은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런 앨빈을 향한 조지의 마음 또한 다정하고 따뜻하다. 고영빈 배우의 조지는 앨빈을 향해서는 매너 좋고 다정함이 넘치는가 하면 아들이 장미쉘에겐 꼼짝 못하고 자식을 이겨서 뭐하냐며 언제나 편을 들어주는 자상한 아버지이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을 곤란하게 하는 아들이 철없고 얄밉게 느껴지기도 한다.

단지 자기의 모습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싶을 뿐인데. 그렇게 열심히 가슴으로 키운 아들로부터 외면 받으며 부르는 ‘나는 나일뿐’은 굉장한 감동으로 다가와 단단하고 깊게 뿌리박힌 편견을 무너뜨린다. 일부분에 불과한 누군가의 모습이 이질적이고 다르다 해서 틀린 것은 아니다. 그 또한 그 사람이다. 스스로 어쩌지 못해 아픈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틀렸다 비판하는 잣대 또한 불완전한 인간의 시선일 뿐인 것이다.

앨빈/자자 역에 3인 3색 예쁜 엄마 김다현, 푸근한 정성화, 앙칼진 이지훈, 조지 역에 남편감 이상형 1위인 고영빈, 남경주, 에두아르 딩동 역에 송승환, 김태한, 마담 딩동 역에 전수경, 이경미, 자클린 역에 최정원, 유나영, 장미쉘 역에 정원영, 서경수, 작품의 감초로 무대를 휩쓸고 다니는 자코브 역에 김호영, 유승엽과 섹시하고 멋진 라카지 걸들이 함께 한다. 오는 3월 8일까지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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