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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1-10 17: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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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배수현 .

남성 2인극의 힘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는 뮤지컬 ‘쓰릴 미’에서 리차드, ‘그’역을 맡아 서울예술단의 주역에서, 외부작품으로까지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영리한 배우가 있다. 지나가는 가사 하나도 놓치지 않고 연극적으로 표현해내고 싶다는 배우로서의 욕심을 숨기지 않는 눈빛에서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 기대되는, 배우 김도빈을 만났다.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반갑습니다. 서울 예술단 김도빈입니다.

Q. 서울 예술단과 외부활동을 같이 하고 있는데
A. 예술단은 모든 작품이 다 창작이라 사실 모든 작품에 다 애착이 간다. 대사가 있는 역할뿐 아니라 앙상블도 돌아가면서 하는데 대사 많은 역을 하다가 앙상블을 하면 재밌다. 뭔가 마음도 편하고.(웃음) 외부활동은 하고 싶다는 생각만하고 있었는데 기회가 닿아서 시작했고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의 요나스, 뮤지컬 <비스티보이즈>의 알렉스, 그리고 이번 ‘쓰릴 미’에서 그, 리차드 역을 하고 있다.

Q. 2014년엔 활동이 많았죠. 정리해본다면?
A. 2014년엔 무엇보다 예술단 정기작품인 <뿌리 깊은 나무>의 강채윤이 제일 컸다. 원래 스트레스를 받는 타입이 아닌데도 살도 빠지고 상당히 힘들게 준비했고 끝나고 나니 시원섭섭하더라. 좀 더 잘할 걸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다. 그래도 작년엔‘착각 속에 살던 나’를 많이 깨트리고 정신 차리게 되었다.

Q. 어떤 착각인가요?
A. 스스로 잘하는 줄 알고 있었다.(웃음) 별로 노력해 본 적이 없었고 어렸을 때부터 그냥 있는 거 갖고만 했어도 결과가 좋은 편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좋은 동료들 만나면서 많이 느꼈고, 특별히 <뿌리 깊은 나무>를 하면서 정말 여러모로 공부가 많이 되었다.

Q. 예술단 작품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A. 이번에 ‘윤동주, 달을 쏘다’ 연습 때 서범석 선배가 보고는 정말 펑펑 우시더라. 끝나고 나서 정말 잘 봤다고 이야기하면서 또 울고. 그래서 또 다 같이 울고(웃음). ‘윤동주, 달을 쏘다’ 같은 경우 공연을 보고 ‘윤동주 평전’을 이틀 만에 읽었다는 분도 있더라. 평전 읽으면서 공연이 생각나서 울었다고. 좋은 공연 하나를 보고 거기에 대해 관심이 생기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보게 된다. 그렇게 알게 된 역사는 자기 것이 되고. 예술단 작품을 좀 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만약 학생들이 보게 된다면 우리 역사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역사를 알게 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사진/배수현.

Q. ‘쓰릴 미’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A. ‘비스티보이즈’공연을 하고 있을 때 ‘쓰릴 미’ 1차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3일 후가 오디션이었는데 6곡을 다 외워갔고 네이슨 역으로 합격했다. 하지만 ‘뿌리 깊은 나무’ 연습에 들어가서 1차 팀엔 합류할 수 없었고 2차 팀으로 확정이 된 상태에서 다시 역할 오디션을 보자더라. 그때 리차드로 바뀌었다. 그동안의 배역들 때문에 ‘네이슨’에 더 가깝게 보는 시각이 많은데 사실 리차드가 하고 싶었고 훨씬 편하다.

Q. <쓰릴 미>라는 작품에 대한 생각을 소개해주세요.
A. 작품을 하면서 정말 재밌다고 느꼈다. ‘쓰릴 미’는 연극적이다. 연극으로 시작했는데 오랜만에 연극적인 작품을 해서인지 더 재밌더라. 개인적으로 리차드 노래 중에 ‘Nothing Like a Fire"를 제일 좋아한다. Roadster'도 좋고.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연습할 땐 그냥 연기적으로만 하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까 노래에 대한 욕심도 생겨서 노래를 좀 잘 하려고 하고 있다.

Q. 피아노 한 대로 진행되는 형식의 뮤지컬은 처음일 텐데 어렵진 않은가요?
A. 사실 리차드 음역대가 높지 않다. 연기적으로 노래를 할 수 있어서 편하기도 하고. 노래는 아직 어렵다. 최근에 연기도 다시 어려워졌는데 비교적 노래보다 더 어렸을 때부터 오래 해 왔으니까. 그런데 노래는 타고나지 않은 이상 생각해야 될 게 많다. 가사, 소리 내는 길, 어디서 볼륨을 크게 해야 할지, 너무 많아서 머리 나쁘면 노래 못한다. 진짜 머리 좋아야 한다, 노래는. ‘쓰릴 미’는 MR이 없어서 항상 피아노 반주에 맞춰 연습하는데 피아노 반주에 탁 실려서 가는 그런 느낌이 참 좋다.

Q. 김도빈의 리차드는 노래를 연극적으로 표현해서 좋았어요.
A. 그건 사실 노래를 못하니까 그런 거다. 노래 잘하는 사람들은 발성 신경 쓰면서도 노래를 다 한다. 부끄럽지만 아직 발성이 완성되지 않아서 노래를 완벽히 하는 게 힘들다. 대신 대사가 다 들리게 하는 게 목표다. 꼭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범석 선배님 무대를 보면서이다. 범석 선배님은 진짜로 노래 보다 연기에 중심을 두시는데, 노래도 잘하신다. 꼭 닮고 싶다.

Q. 처음 하는 2인극에 대한 느낌은?
A. 한마디로 재밌다. 우선 진짜 자유롭다. 2인극이다 보니 상대방과 감정을 주고받으며 원하는 대로 표현할 수 있으니까. 굴곡이 많을수록 더 주고받을 수가 있는데 아직 그런 표현력 부분에서 부족한 거 같다. 시도할 게 많아서 점점 재밌어 지는 것 같다.

Q. 첫 공연 때 긴장하진 않았는지?
A. 첫 공연 때 성냥을 한 번에 못 켰다.(웃음) 저녁 공연 때도 세 번째에 불이 붙었다. 연습 때는 진짜 그런 적이 없었는데. 그래서 한번은 공연장에 일찍 가서 성냥 한통을 혼자 다 썼다. 불 켜는 연습하느라.(웃음) 그런데 그날 공연 때는 불은 잘 켰는데 빨리 꺼졌다. 속으로 ‘어?! 야! 안 돼, 안 돼, 야야야!’ 했는데 꺼졌다.(웃음)

Q. ‘쓰릴 미’ 1차 팀과 동선, 연출이 바뀌었는데
A. 처음에는 1차와 비슷하게 가려고 했다. 그런데 몸이 잘 안 움직여지는 곳이 많아서 배우들이 연습하면서 연출님과 상의해서 바꾼 거다. 사실 배우는 연출이 정해준 동선이 있다면 어떻게든 거기에 맞춰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에 <쓰릴 미>2차 팀은 연극적인 것과 리얼리티가 섞여서 더 좋다고 생각한다.

Q. 김도빈의 리차드는?
A.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김우빈 같은?(웃음) 치기어림, 허세? 그 치기어림과 허세가 리차드를 미치게 만든다. 사람을 죽여도 죄책감을 못 느낄 정도로. 리차드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싶다. 감정이 오고가는 걸 훨씬 극적으로 표현하고 싶다. 그러면 슈페리어하고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겠지만 미친놈처럼 극적인 리차드를 보여주고 싶다.

▲ 사진/배수현.

Q. 계속 웃는 얼굴인 리차드인 이유가 있는지
A. 그렇게 많이 웃나? 안 웃는다고 생각하고 한 건데. 그런데 그건 ‘김도빈’이 그런 거다. 성격이 리차드에 묻어난 거다. 대신에 웃는 만큼 정색할 때의 차이가 느껴지게끔 의도하고 있다.

Q. 리차드의 감정이 이해가 되나요?
A. 이해된다. 리차드는 자기 잘난 맛에 니체 책을 읽고 뭘 알지도 못하면서 있어 보이고 싶어 하는 19살짜리 애였다. 그런 부분이 좀 비슷하다.(웃음) 그러니까 망나니 부잣집 도련님을 생각했다. 19살짜리 얘가 똑똑해봤자 얼마나 똑똑하겠나? 대사만 봐도 어리다. 물론 더 슈페리어하게 표현하면 멋있을 텐데.

Q. 김도빈 리차드에게 슈페리어란?
A. 넘지 못할 산.(웃음) 아직 내가 생각한 리차드를 무대에서 더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서 다. 연기할 때 습관이라든지 아니면 배어있는 패턴들이 아직은 표현하는데 있어서 부족하다. 모니터해보면 하려고 했던 대사를 충분히 의도대로 표현하지 못했더라. 생각한대로만 표현하면 정말 매력적일 텐데 그렇게 안 되서 아쉽다.

Q. 리차드가 가지고 있는 네이슨에 대한 감정은 어떤 건가요?
A. 네이슨을 이용한다. 네이슨이 없으면 두려워한다. 혼자서 일을 벌이기엔 두려워서 같이 하려는 거다. 사실 사랑했던 사이이니 우정도 존재했을 것이고. 실제로도 리차드가 니체 모임에서 왕따를 당해서 네이슨한테 다시 돌아온 거였다. ‘네이슨은 내 말도 잘 듣고 나랑 같이 있고 싶어 하니까 차라리 네이슨이 낫겠다.’ 뭐 이런 마음. 대사에도 있다. “아니, 난 너 없으면 다 망쳐버릴 거야. 나 혼자서는 못한다고 됐냐?”

Q. 김도빈&정동화 페어는 다른 페어와 달리 많이 투닥투닥 거리는 거 같다.
A. 더 하려고 한다.(웃음) 하다보니까 그렇게 됐다. 서로 취미가 UFC시청이다 보니 링에 올라가듯이 시작한다.

Q. 정동화 배우와 호흡은?
A. 동화는 좋은 배우다. 오랜 노하우도 있고 생각하는 게 자유로워서 무대에서의 표현력도 좋다. 그래서 재밌는 게 매일 다르다. 연습할 때도 매일 달랐고. 그래도 기본노선은 같다. 한번은 ‘우리마음대로 해보자.’하고 올라갔는데 공원 씬에서 정말 열이 받아서 머리를 잡아버렸다. 더 때리고 싶었는데 그건 너무 심할 것 같아서 잡았다가 흥분한 채로 놨다. 서로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호흡이 좋으니 잘 맞는 거 아닌가?(웃음)

Q. 다른 사람의 시선에 노출되어 있는 게 배우이다. ‘배우 김도빈’은 어떤가?
A.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그게 없으면 배우 못 한다. 공연이라는 게 사람들끼리 하는 일이라 상처받을 일이 참 많다. 그래서 강단이 없으면 못한다. 계속 자신감을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서울예술단 남자 배우 6명이 자연스럽게 모여서 스터디를 하기로 했다. 연기적인 고민도 해보고 실력도 키우려고. 그런데 그게 참 어렵다. 할 게 너무 많다. TV, 인터넷도 보고 체크하고.......(웃음)

Q. 무대에 설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A. 캐릭터에 접근할 때 자기로부터 시작해서 들어가는 배우가 있고 아예 새로운 걸 창조하는 배우가 있다. 하고 싶은 건, 나와 완전 다른 걸 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 아직 부족하다. ‘김도빈’이 안보이고 그 인물로서만 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무대에 서다보면 주변의 환경이나 생각들에 신경이 쓰이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다 잊고 내 연기를 해야지’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자꾸 누군가의 시선에 좌우되는 연기를 하게 되면 스스로 소모되니까. 관객들을 속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진심을 담아서 무대에 서야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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