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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12-30 17: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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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수상한 궁녀’는 2014년 최우수예술가 선정으로 올해 왕성한 연극 활동을 펼친 한윤섭 연출이 쓰고 연출했으며 서울호서예술실용전문학교 연기과 졸업생 및 예정자들이 스승과 함께 H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협업한 작품이다.

10년째 아이를 낳지 못하는 임금의 수많은 후궁들. 그 책임의 화살은 처녀들을 임금에게 조달하던 ‘이인문’에게 돌아가게 된다. 고민하던 이인문은 결국, 아들을 잘 낳기로 소문난 흥부의 집으로 찾아가 흥부 처를 처녀인 냥 임금에게 바치고, 입궐한 흥부 처는 단 한 번의 합방으로 수태를 하고 빈으로 추대까지 받는다.

다만 거기서 이야기가 끝이 난다면 그저 재밌는 코미디극이 되었겠지만 이후 이야기는 점점 오싹해진다. 애초에 원하는 대로 끝나는 일이란 없을지도 모른다. 흥부 처가 바란 것은 다만 늘 어려운 살림살이가 펴지고 가족들이 배불리 먹으며 잘 살 수 있는 삶이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잠시 떠난 이유는 단지 그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낳은 아이는 피부가 검고 머리카락이 곱슬이라 하여 점점 의심받게 되는 상황에 놓이고 설상가상 그녀의 가족들은 비밀을 지키기 위한 입막음 명목으로 하나 둘씩 목숨을 빼앗긴다. 상황을 모르는 사람은 오직 흥부 처뿐이다.

그러나 그녀가 위험하다는 것은 그녀를 궁으로 들인 이들 역시 위험하다는 뜻이 된다. 결국 이야기의 끝은 모든 것을 잃은 흥부 처의 서글픈 질문만이 남는다. 질문을 통해 관객들은 연극 속으로 깊이 들어가게 되고 작품이 주는 질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4번째 앙코르 공연으로 삶의 희로애락을 담은 이야기는 한바탕 웃음과 함께 눈물을 선사하며, 권력의 이기주의라는 무거운 주제는 웃음과 해악으로 그려진다.

권력에 의해 모든 것을 잃을 수밖에 없는 힘없는 인생에 대해, 분노보다는 씁쓸한 납득을 하게 되는 것이 못내 서글프다. 이미 그러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 납득할 수 있는 것이기에. 그리고 그리 휘말리면 벗어날 수 없다는 것도.

흥부 처의 눈물어린 마지막 대사가 아픈 것은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부당하다고 느끼고 저항하고자 하는 무엇이 남아있다는 것이기에.

‘웃프다’는 말이 무엇인지 절감할 수 있는 연극 ‘수상한 궁녀’는 김서년, 김인묵, 장석환, 허정훈, 강한나, 이지연, 태준호 등이 출연하고 대학로 김동수 플레이 하우스에서 공연, 내년 1월 3일까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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