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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12-11 11:3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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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국립극단 .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재)국립극단&극단 백수광부 공동제작, 동이향 작.연출의 ‘엘렉트라 파티’를 관람했다.

동이향은 서강대학교 출신으로 한겨레신문 기자로 활약하다가 2007년 국립극장 창작공모에 입선했고, 2008년 서울문화재단 젊은 예술가 지원사업 연극부문에 선정된 작가 겸 연출가다.

‘어느날 문득, 네 개의 문, 2009년’ ‘당신의 잠, 2010년’ ‘내가 장롱메롱 문을 열었을 때, 2011년’을 쓰고 연출하고, ‘버그는 존재하지 않는 주스입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숲을 이룬다’ ‘기차길옆 오막살’ ‘해님지고 달님안고’ 등을 집필 공연했고, 2009년에는 최명희 작 ‘오해’를 연출한 앞날이 기대되는 미모의 여류 작가 겸 연출가다.

‘엘렉트라’의 이야기는 고대 미술과 문학의 소재로 자주 나온다. 아이스킬로스는 극적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소포클레스와 에우리피데스에 의해 더욱 발전되었다.

‘엘렉트라’는 훗날 서구 극작가들의 많은 작품들, 예를 들면 볼테르의 ‘오레스트 Oreste’, 괴테의 ‘타우리스의 이피게네이아 Iphigenie auf Tauris’, 유진 오닐의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 Mourning Becomes Electra’, 장 폴 사르트르의 ‘파리떼 Les Mouches’ 등에 나타나며, 음악에서는 글루크의 ‘타우리스의 이피게네이아 Iphigénie en Tauride’,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엘렉트라 Elektra’같이 오페라로도 작곡되었다.

그 중에서도 장 폴 싸르트르가 ‘엘렉트라’를 다룬 희곡 ‘파리떼’는 이들 작품 중 백미(白眉)로 기억된다. 필자가 50년 전에 서울대학교에서 연출을 하기도 했지만, 사르트르의 공식적인 첫 희곡작품인 ‘파리떼 Les Mouches’는 독일 포로수용소에서 풀려난 사르트르가 점령 상태에 있던 파리에서 능동적인 저항 운동이 여의치 않자, 대신 선택한 일종의 예술적 저항 작품이다. 비록 그 당시 검열을 통과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후에 논란거리가 되기는 했지만 작품 자체의 메시지는 매우 분명하다.
사르트르는 고대 그리스의 오레스테스 신화를 각색한 이 작품을 통해서, 나치 독일 점령하의 파리를 부당하게 권력을 갈취한 왕이 다스리는 아르고스에 비유하며, 부역자와 점령자가 공모하여 요구하는 집단적 패배주의의 분위기에 맞서 대항하고자 했다. 주변의 증언에 의하면 사르트르는 포로수용소에서 풀려난 직후인 1941년 여름 그리스 비극작가 아이스킬로스의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을 관람하고서 ‘파리떼’를 쓰기로 결심했으며, 당시 ‘존재와 무’를 한창 집필할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약 6개월 만인 1943년에 작품을 완성하였다.

국립극단 소극장 판의 무대는 여러 개의 의자가 여기저기 나둥그러지고, 변기가 의자처럼 놓여 있는가 하면, 바닥에는 양탄자를 대각선 방향으로 여러 개를 깔아놓기는 했지만, 주변에 잔뜩 벼려진 휴지나 종이로 쓰레기장을 연상시킨다.

무대 좌우의 낮은 탁자 위에 어항이 놓이고, 붉은 원형의 공 형태의 조형물이 양쪽 어항 안, 물속에 잠겨있다. 무대 오른쪽 객석 가까이에 낡은 안락의자가 놓이고, 가면과 장신구를 나무 봉에 꽂아 방석 틈에 끼워 세워두었고, 후반부에는 객석 정면의 1.5m 높이로 무대좌우로 가로놓인 단과 그 전체를 가렸던 휘장을 걷으면, 배경전체가 금속성 거울로 된 표면이 들어나 장관을 이룬다.

손바닥 만 한 극장에서 출연자들이 핀 마이크를 사용하고, 후반부에는 수십 개의 마이크를 무대에 배치해 출연자마다 노래와 대사를 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백색의상을 착용하고 출연하다가 연극의 진행에 따라 문양과 색상이 들어간 의상으로 바뀌기도 하지만, 대단원에서 출연자 대부분이 다시 백색 의상으로 바꿔 입는다.

죽은 아가멤논의 기일에 축하연처럼 잔치를 벌인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출발하고, ‘엘렉트라’를 건물 청소원으로 출연시키고, 오레스테스는 순진무구한 청년으로, 왕비를 남성으로, 정부를 여성출연자로 바꿔 설정을 하고, 출연자들은 추념식이 아닌 잔치에 참가한 인물들처럼 자유롭고 율동적으로 연출된다. 죽은 왕 아가멤논은 마치 곡마단의 광대처럼 코끝에 붉은 원형의 조형물을 달고 출연한다. 왕비와 정부와 제3의 인물이 함께 벌이는 정사장면은 농도가 제법 짙게 연출되고, 왕비와 정부를 살해한 검과 손을 어항 속에 넣고 닦으면, 어항의 물이 핏빛으로 바뀌는 장면은 객석을 섬뜩한 분위기로 바꾼다.

시종일관 낡고 어두운 색상의 옷을 걸치고 낮은 음성으로 속삭이듯 연기하던 ‘엘렉트라’가 대단원에서 예쁜 무늬의 옷차림으로 마이크을 붙잡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인상에 남는다. 대단원에서 모든 출연자들이 억압상태에서 해방이 된듯 무용하듯 약동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김현영, 유성진, 박윤정, 송명기, 이태형, 최원정, 김경회, 조재원, 김효중, 민해심, 박하영 등 출연자 전원의 독특한 성격창출과 열연으로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엘렉트라’역의 박윤정의 성격창출과 호연도 기억에 남는다.

드라마트루기 손원정, 무대미술 박상봉, 움직임연출 이소영, 조명 최보윤, 의상 강정화, 분장.소품 장경숙, 사운드디자인 윤민철, 조연출 김은선.양윤희 등 제작진의 열정이 드러나, (재>국립극단(예술감독 김윤철)과 극단 백수광부(대표 이성열) 공동제작, 동이향 작.연출의 ‘엘렉트라 파티’를 기억에 남을 성공적인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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