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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12-09 11: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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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사춘기(연출/박소영)’는 독일 극작가 프랑크 베데킨트의 희곡 ‘눈 뜨는 봄’을 우리나라 학생들의 상황에 맞게 각색했다. 청소년들의 자위행위, 동성애, 자살, 낙태 등 사회고발적인 내용 때문에 16년 동안 상연이 금지되기까지 했던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지난 2009년 재연 이후 5년 만에 무대에 올려 진다.

원작 ‘눈 뜨는 봄’은 청교도학교에서 성(性)에 눈뜨기 시작한 청소년과 이를 억압하려는 성인들의 대립을 보여줬다면, 뮤지컬 ‘사춘기’는 우리나라 청소년의 상황에 맞게 번안해 학력위주의 입시지옥에서 고통하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실제 모습을 그린다.

엄격한 아버지 때문에 항상 공포에 질려있는 선규, 오직 성경만 읽는 수희, 잘 놀고 공부도 잘하는 반장과 공부에는 뜻이 전혀 없지만 온화한 경찬, 분위기 메이커 용만과 용철, 화려한 화경. 시험 전 날 영민이 전학을 오더니 느닷없이 전교 1등을 차지해 버린다.

영민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들어오자 아이들의 세계는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공부 잘하는 영민에게 비법을 전수받으려는 선규의 절박함과 경쟁심과 함께 영민이 못마땅한 반장의 모습, 영민과의 만남을 통해 가치관의 혼란을 갖게 된 수희. 자신만의 세계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위태로운 아이들의 모습을 대변하듯, 작품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혼란스러운 느낌도 준다. 강렬한 라이브 음악 속에 섞인 아코디언 소리는 쓸쓸하고 처연한 느낌마저 전한다. ‘발푸르기스의 밤’ 같은 넘버는 몽환적이고 난해한 느낌마저 준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초반의 느낌은 인물들이 가진 이야기와 연결되어 섬세하게 다가온다.

인생의 봄. 청춘은 다만 그 나이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스럽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절절히 알아갈 때쯤 바라보면 더욱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도 위태롭고 작은 일에도 죽을 듯 아프고 쉽게 극단적으로 어긋나기도 하는가보다.

뮤지컬 ‘사춘기’에서 보이는 아이들은 너무나 아픈 시절을 보내고 있어 예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가진 아픔은 오직 자신만의 것이기에 스스로 이겨낼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일률적으로 주어진 입시라는 산 앞에 아이들은 모든 것을 빼앗겨 버린다. 너무나 큰 중압감에 시달리다보니 섬세하고 순수한 그들의 시선은 어느 새 일그러져 버린 것일까.

무너져 내리는 아이들의 마음이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뻔 한 말로 격려할 수 없을 만큼 처연하다. 아이들 중에는 여전한 어둠 속에서 작은 빛을 발견한 아이도 있고 극단적인 선택으로 치달아버린 아이도 있다. 하지만 한사람 한사람 아프고 처연한 그 위태로운 발걸음에 용기를 내라고 응원하고 싶어지는 것은 그 시절을 건너온 자의 작은 오만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작은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다, 괜찮다고.

비상한 머리를 가진 문제아이자 우등생인 영민 역에 윤나무, 신성민, 영민을 못마땅해 하는 반장 역에 김다흰, 강정우, 공부를 잘하고싶은 선규 역에 최성원, 조형균, 신부가 되는 것이 꿈인 경찬 역에 박정원, 임병택, 학교의 분위기 메이커 용만과 용철 역에 김성철과 고훈정, 영민으로 이해 혼란을 겪는 수희 역에 박란주,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화려한 화경 역에 강윤정 주목해야할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치열하게 고뇌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매력적인 음악으로 담아낸 뮤지컬 ‘사춘기’는 내년 2월 15일 까지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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