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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11-27 20: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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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판사사위’의 공연이 한 주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쯤 되면 지칠 법도 하지만 연습실은 여전히 배우들의 열기로 가득하다. 특히 젊은 배우들 사이에서도 전혀 뒤지지 않는 에너지를 자랑하는 4명의 중년 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장민영 기자: 안녕하세요! 네 분을 이렇게 인터뷰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김영웅: 하하. 저도 영광입니다.

장 기자: (웃음)감사합니다! (모두에게) 잠깐 쉬는시간에 보니 네 분 모두 사이가 좋으신 것 같아요! 아무래도 부부 역할이다 보니 그럴까요?

이정진: 하하~ 저희가 다 서울예대 출신이거든요.

이용재: 그리고 다들 오랜만에 연극작품으로 컴백했어요. 그러니 더 반갑고... 젊었을 때 생각도 나구요.

장 기자: 그렇군요! 그렇다면 연극‘판사사위’를 오랜만의 연극무대 컴백작으로 결정하신 계기가 있을까요?

김영웅: 대본이 흥미로웠어요. 실화사건을 다루고 있기도 하고, 여러 명의 배우가 멀티배역으로 연기할 수 있다는 점도 말입니다.

이정진: 연출인 영호는 저랑 동기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연락이 와서는 학교 다닐 때 우는 거 하나만큼은 끝내줬단 얘기를 하더니 정화엄마를 맡아달라고 하더라구요. 그 땐 뭔지도 잘 모르고 가볍게 통화했었는데 막상 대본을 읽어보니 이거다 싶었어요. 그냥... 마음이 너무 아팠거든요.

김형신: 처음 내용을 들었을 땐 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고, 막상 대본을 받았을 땐 궁금하단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무대에서 펼쳐질 상황들이요~

이용재: 아마 다들 비슷할 겁니다. 처음 조영호 연출한테 제의가 왔을 때 많은 고민을 안했던 것 같군요.

장 기자: 연습을 지켜보면 오랜만의 연극무대라는 사실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었거든요. 게다가 두 부부모두 케미가 돋는 걸 보면, 정말 훌륭한 캐스팅 조화가 아닐까 합니다.

의문을 가진 표정으로 쳐다보는 두 부부내외.

장 기자: ‘케미돋는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표현인데요. 화학작용 반응하 듯 잘어울리는 커플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잘 어울리는 커플들한테 많이 쓰거든요.

정진: 아~ 어머 재밌다. 우리가 잘 어울린다는 거죠?

용재: 하하하. 좋은거네?

영웅: 에이~ 나는 꽃중년으로 해줘요.

형신: 왜요! 케미좋은데~

용재: 요즘말은 하나도 모르겠어. 뭐더라... 그 썸...

장 기자: 썸탄다! 옛날에는 썸띵(something)이라고 했다고 하더라구요.

용재: 그래그래, 썸! 우리 썸이 돋는다 이런거지? (옆에서 듣던 후배배우 한 명 “썸은 돋는게 아니라 타는겁니다!”, 일동웃음)

장 기자: 하하! 재밌네요! 이번에는 간단히 자신의 배역을 소개해 주세요.

용재: 제일 큰 형님께서 먼저 하시죠.

영웅: 나? 내 나이는 비밀인데…

용재: 누가 봐도 제일 형님이십니다.(일동 웃음)


영웅: 전 ‘판사사위’에서는 청부살인을 지시한 사모님의 변호를 맡은 능력 있는 변호사 역과 판사아들을 둔 능력 좋은(?) 판사아빠 역을 맡았습니다. (옆을 가리키며) 여기는 내 마누라!

형신: 어우~ 뭐에요! (웃음) 저는 판사사위인 이철곤의 엄마 입니다. 그리구 장덕배의 부인 역이기도 하구요.

용재: 저는 정화아빠 역을 맡았습니다.

장 기자: 정화는 무슨 역 인가요?

용재: 청부살이에 의해 목숨을 잃은 여대생입니다.

정진: 저는 그 여대생의 엄마에요.

장 기자: 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진: 저도 두 딸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자식을 잃은 느낌을 느끼려고 하는 일이 쉽지는 않아요. 실제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정말 돌아버릴 것 같거든요. 고스란히 그 마음을 가져와 무대에서 표현 하려고해요.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그런 어미의 마음이요.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 끔찍한 사건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면서도 실제로 내가 이런 일을 겪지 않은 것을 안도 한다는 사실이더라구요. 감히 자식 잃은 부모 심정을 그 누가 알까요?

용재: 영화 ‘괴물’에 이런 대사가 있어요. “니들 그 냄새 맡아본 적 있어? 새끼 잃은 부모 속 냄새를 맡아본 적 있냐 그 말이여… 자식 잃은 부모 속이 한 번 썩어 문드러지면, 그 냄새가 십리 밖까지 진동하는 법이여.” 썩은 내가 십리 밖까지 진동 할 정도로 썩고 썩은 거잖아요. 그 심정을 어떻게 이 세상에 전달해내느냐... 그게 지금 저에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 까 싶습니다. 대다수가 당해보지 못한 이 특수한 상황을 충실하게 전달하다보면 이것이 진실과 사회와의 연결고리가 되어주지 않을 까 생각하기도 하구요.

영웅: 정말 동의하는 점이에요. 그러한 면에서 보면 다른 배역들의 역할도 참 중요합니다. 실제사건은 자칫 범죄를 미화하거나, 왜곡된 방향성을 지닐 수 있기 때문에 참 민감할 때가 있으니까. 그럴 때일수록 각각의 캐릭터가 충실하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정말 중요하단 생각입니다. 특히 제가 맡은 장은순(판사장모)변호사 역은 실제사건을 대하는 저의 심정과는 별개로 직업적 마인드로 무장을 해야 합니다.

형신: 아마 다들 처음 연습을 시작했을 때 엄청 공부했을 거에요. 저도 실제 사건의 인터뷰 자료와 사건일지등을 꼼꼼히 찾아봤거든요. 작품을 읽다보면 문득 씁쓸해 질 때가 있어요. 돈에 영혼을 판 작품 속 인물들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잖아요. 돈이 곧 권력이 되는 이 지독한 사회에서 얼마나 소신을 지키고 살 수 있을지도 고민하게 됩니다. 이런 지점에서 제가 맡은 덕배네 라던가, 판사사위 부모가 측은해지기도 하고... 단순한 감정으로만 그려낼 인물들은 아니란 생각을 합니다. 더불어 계속해서 이러한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부딪혀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도 자식이 있는 입장이라... 자식들은 좀 더 좋은 세상에 살게 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부모마음이잖아요.

영웅: 참 어렵네요. 실제로도, 그리고 극 중에서도 부모란 역할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정진: 그렇죠...? 비극적 사건들로 인해 자식을 잃은 수많은 부모님들의 마음에 위로가 되었음 좋겠어요.

용재: 더불어 이 사회에서 벌어진 수많은 사건들에 다시 한 번의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래봅니다.

장 기자: 정말 좋은 인터뷰가 감사드립니다. 좋은 작품을 응원하며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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