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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11-13 12: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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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2014년을 두 달 남기고 최정예 요원들이 대학로연습실에서 재회했다.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 ‘낮병동의 매미들’의 조영호 연출이 새로운 작품 ‘판사사위’를 들고 나타났다.

연습 시작 전 속속 도착 한 배우들과 스텝들은 사들고 온 귤을 나눠먹기도 하고, 어제의 안부를 물으며 수다를 떨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연습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은 여대생공기총살인사건이라는 실화사건을 소재로 다룬 만큼 이들의 연습 분위기는 진지하고, 또 진지했다. 단순히 대본을 리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사건과 대본을 철저히 분석하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판사사위'팀. 이들의 생각이 궁금해 졌다.

장민영 기자 : 안녕하세요. 두 분이 첫 번째 인터뷰 팀으로 선택되셨습니다. (박수)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소감 한 마디 해주세요!

김지완 : 저는 배우 김지완 입니다. 그나저나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첫 번째라니 이거 부담스럽네요.(웃음) 그저 순서가 빨리 왔다고 생각합니다.

조영호 : 지완씨가 판사사위니까 그렇지~

김지완 : 하하. 그런가요? 책임감이 생기네요. 또 새로운 작품을 만나니까 설레기도 하구요.

조영호 : ‘판사사위’는 원래 옛날에 영화시나리오로 썼다가 여러 가지 일정이 겹치면서 접었던 프로젝트였어요. 그런데 연습을 앞두고 애초에 12월에 공연하기로 한 작품을 국립극장 측의 사정으로 변경하게 되자, 고민 끝에 등장인물 비율과 구성원의 성격이 엇비슷하게 들어맞는 이 시나리오를 희곡으로 재구성하게 된거죠. 결과적으로는 연습시간이 부족하게 되어 조금 걱정도 되지만, 워낙 평소에 가까웠던 배우들과의 조우라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김지완 : 연출님, 자기소개...

조영호 : 아! 저는 연극 ‘판사사위’의 극자가 겸 연출가 조영호 입니다~

장 기자 : 배우님 기자하셔도 될 것 같아요. (일동웃음) 연출님은 올해 초 같은 극장에서 연출한 연극 ‘분장실’에도 출연하셔서 엄청난 호평을 받으셨잖아요. 이번 작품에서도 연기를 하신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조영호 : 네. 몇몇 멀티 역할들을 하고 있는데요. 그 중 좀 큰 역할이 판사장모 입니다. 과거씬과 법정재연 때 나오곤 하는데요. 고상하고 세련된 중년의 마나님이 보여줄 수 있는 광기의 최고치를 연구 중입니다. 그치만 무엇보다 본업인 연출을 잘해야겠죠.

장 기자 : 마나님이 보여줄 수 있는 광기의 최고치라...기대가 됩니다. 그렇다면 김지완 배우님께서 맡은 배역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김지완 : 이번 작품의 배우들 대부분이 멀티를 해요. 저는 판사사위 이철곤 역이면서 동시에 범인인 장덕배 역을 맡고 있어요. 장덕배는 여대생 살해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인물이구요. 이철곤은 살해당한 여대생의 무책임한 사촌오빠이자 판사사위입니다.

장 기자 : 판사사위와 장덕배. 두 역할의 연결고리가 꽤 흥미롭네요. 두 역할을 동시에 연기하는게 어렵지는 않으세요?

김지완 : 사실 그 부분이 힘듭니다. 겉으로는 너무나도 다른 두 명의 인물을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연습을 하다보면 너무나도 다를 것 같은 둘에게서 공통적인 의미를 담긴 순간을 찾게 됩니다. 기자님 말처럼 한 사람이 맡는 이 두 역할의 연결고리가 꽤 흥미로운거죠. 이 점이 배우로써 자극이 되고 그래서 집중하며 재밌게 연습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괜히 제가 흥분되고 기대되고 그렇습니다. 물론 전혀 부담이 없다는건 아니고...

조영호 : 그래도 우린 좀 나아요. 5,6개씩 역할을 맡는 배우들도 있어요.

장 기자 : 5,6개씩이요??

조영호 : 이 작품을 처음 쓸 때 적게는 4명, 많게는 20명까지 배역 이동이 가능하도록 연구했기 때문에, 지금도 연습 중에 배우한테 잘 어울리는 배역으로 서로 바꿔가며 하고 있어요.

장 기자 : 그렇군요. 각 역할들의 캐릭터가 어떻게 진행될 지 기대되네요~ 극 중에서는 판사사위와 장덕배 두 인물이 모두 판사장모님한테 쩔쩔매던데... 실제로 두 분의 관계도 궁금해집니다.

조영호 : 처음 작업하는게 아니라서 편한 관계에요. 그런데 지완씨가 좀 엉뚱(?)해서 제가 더 쩔쩔 맬때가 많아요.

장 기자 : 하하하. 전혀 엉뚱해 보이지는 않으신데...

조영호 : 저도 처음에 봤을 땐 몰랐죠. 시간이 흐르면서 '아, 이 배우 남에게 힐링이 되는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요. 그 동안 함께 한 작업 중에 지완씨 때문에 피곤하거나 힘들거나 답답한 적이 정말이지 한 번도 없었네요. 스스로 고민도 많이 해오고 요구사항에 즉각적으로 도전해보고, 연출가에게 정말 힘이 되어주는 배우에요! (웃음) 연습 중에 진지하게 상황설명을 하는데 갑자기 끼어든 지완씨 부연설명에 빵터질 때가 많아요. 최근엔 다른 멤버들은 아직 분위기 파악하면서 젊잖게 있는 상황에서, 연출인 나 혼자 지완씨 때문에 빵빵 터지는 일도 많아요. 제가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한테 좀 약하거든요~

장 기자 : 아~ 김지완 배우는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 이시군요.

조영호 : 그럼요. 지완씨네 온 가족이 다 해맑아요.

김지완 : (진지) 연출님과는 서로 알게 된지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같이 해온 작품도 3편이고, 가족끼리도 서로 가깝게 지낼 정도로 잘 아는 사이입니다. 제 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몇 안되는 부담없는 동료이자 선배님입니다.

조영호, 장기자 빵 터진다.

장 기자 :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게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김지완 : 말도 안되는 비현실스러운 일들이 자꾸만 생기네요. 늘 생각했지만 이번 작품을 연습하면서 더 절실하게 좋은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느낍니다. 좋은 세상을 위해 모두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통해 그 마음이 전달되길 바랍니다. 저도 좋은 작품을 위해, 그리고 좋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조영호 : 한국은 점점 모순되고 천박한 사회로 일그러져 가고 있습니다. 후세를 위해 단 하나의 희망도 남겨놓지 않고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가죠. 정계, 법조계, 종교계... 정말 모두가 이렇게 이기적일 수가 없어요. 현실이 정말 블랙코미디인 사회입니다. '판사사위', 이 단어가 왜 이렇게 우습고 한심하게 느껴지는지 연극을 보면 아시게 될 거에요. 참고로, 우리 연극은 법조계 인사들을 위한 '판사할인티켓'이 있구요, 심지어 '사법연수원생할인티켓', '법대생할인티켓'도 있습니다. 많은 법관지망생들이 보고 느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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