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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8-13 15:3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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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인의 부대사업 확대 및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자 ‘의료민영화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민영화 반대를 외치는 의료계와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한층 거세지는 분위기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국 851개 의료법인(지난해 12월 기준, 의료기관수로는 1203개)은 외부 출자를 받아 자회사를 설립, 온천·숙박업·여행업 등 영리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서울대병원이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 학교법인과 사회복지법인에 한해서만 자회사 설립을 통한 영리사업이 허용됐다.

반면 전체 의료기관의 약 2%를 차지하는 의료법인은 구내식당, 의료인 교육, 장례식장 등 의료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만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불황, 수가 저하, 보험급여 확대 등으로 재정상황이 악화되자 병원계는 정부에 영리사업 허용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영리자회사 허용이 영리병원을 우회적으로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투자개방형병원(For-profit hospital), 즉 영리병원은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자본을 투자받아 병원을 운영하고 이를 통해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주식회사 형태의 의료기관이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기관 개설주체는 의료인 및 비영리법인(의료법인·사회복지법인·학교법인)으로 한정된다. 이 때문에 일반기업이 의료기관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비영리법인을 설립해야 하는데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삼성의료원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이 개설 주체로 돼 있다.

영리의료법인이 도입되면 누구나 제한 없이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게 되고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현행 의료법상 모든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창출되는 수익을 고유 목적인 병원의 진료활동에만 재투자해야 한다. 반면 주식회사 형태의 영리자회사는 수익을 주주에게 배당할 수 있으며, 배당을 하려면 상품을 팔아 이익을 남겨야 한다. 병원이 자회사를 통해 수익 창출에만 집중하면 의료공공성은 훼손되고 진료비 부담은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병원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자회사의 의료기기, 의약품, 건강식품 등을 환자에게 권유 및 사용하게 되고 이는 독점 공급으로 인한 환자의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의사가 환자를 자회사가 운영하는 센터(비의료기관)에서 치료에 준하는 의료서비스를 받게 하고, 병원이 이를 유도한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의 왜곡된 의료체계를 가정해볼 수 있다.

의사가 내리는 처방이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거나 유사 의료행위가 될 경우 환자의 진료비 부담은 가중된다. 의료법에 의료기관은 어디까지나 환자 진료에 충실해야 하기에 이윤추구를 앞세워서는 안 된다는 비영리 원칙이 있다. 진료가 우선이라는 기본원칙을 잊으면 안 된다.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대다수 병원들이 건물임대와 숙박업 등 영리성 부대사업을 겸해 병원이 아니라 종합쇼핑몰로 바뀌게 될 것이다. 지금도 병원에 가면 꼭 필요한지 알 수 없는 검사와 비보험 치료, 병실료 때문에 국민들은 부담을 느낀다. 그런데 병원에서 자회사를 설립, 영리 목적의 주식회사를 운영한다면? 한국은 의료비 증가율이 세계 1위인 나라다. 의료 민영화는 병원과 재벌에게는 돈벌이 기회지만 국민들에게는 의료비 폭등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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