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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8-06 20: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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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Creative Minds 선정작으로 2012년에 리딩 공연을 했던 뮤지컬 ‘비스티 보이즈(연출:성종완)’는 청담동의 유명한 호스트바 ‘개츠비’의 선수들 이야기이다. ‘범죄와의 전쟁’ ‘군도’의 윤종빈 감독과 하정우, 윤계상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던 영화 비스티보이즈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호스트바라는 특수한 배경이외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리딩 공연이후 이헌재 작가와 성종완 연출이 새롭게 재창작 과정을 거쳤고 홍정의 작곡가과 글루미데이의 김은영 음악감독이 넘버에 힘을 실었다. 또 프리뷰 과정을 통해 관객들의 의견을 전폭적으로 수용, 초반 혹평으로 시작했으나 계속 진화하는 작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엄청난 빚에 허덕이게 된 승우는 찬란한 미래고 뭐고 돈을 벌기 위해 어린 시절 친하게 지냈던 사촌 형을 찾아 청담동 호스트바 ‘개츠비’를 찾아온다. 에이스인 주노를 필두로 배우의 꿈을 안고 있는 화려한 민혁, 뭔가 초월한 듯 늘 담담한 알렉스의 도움으로 곧 적응하는데 그의 사촌 형은 ‘개츠비’의 마담 이재현으로 승우를 부른 것은 선수를 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일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다른 일이란 과연 무엇일까?

승우는 첫 등장하면서 옛날을 회상한다. 그 시절, 참으로 천박하게 살아남아야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 놓는다. 어쩔 수 없는 사연을 가지고 할 수 없이 들어온 세계라지만 그 곳에서조차 살아남기 위해선 아닌 척 위장하고 끝도 없이 무너져 내리는 자신을 추스르며 저 밑바닥까지 드러내야했던 천박한 시간을 이야기한다.

승우를 통해 호스트바라는 들어보기는 했으나 낯선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극 초반엔 정말 고객들을 응대하듯 관객에게 애교를 부리고 눈웃음을 날리는 배우들 때문에 웃음이 나오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서늘하게 변해가는 승우의 모습을 보며 오싹하리만치 슬퍼진다. 사연이야 다르지만 인간이라면 가지고 있는 욕망과 이기심을 날 것 그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비스티보이즈’는 화려해 보이는 곳에서 즐거워 보이지만 실은, 시궁창 같은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간의 이야기라는 것을 다섯 명의 선수들을 통해 전하고 있다. 각기 달라보였던 그들은 전개될수록 닮아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조금 더하고 덜할 뿐, 모두가 거짓과 배신 속에서 전전긍긍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역시 마담인 이재현이다. 과거조차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인물이면서 독사라고 칭해질 만큼 악랄하게 이 세계에서 살아남은 남자. 자신의 세계에서 누군가가 빠져나가는 것을 보지 못하는 집착이 상당하다. 무슨 짓을 해서든 생각한 것을 이루고야 마는 그의 모습은 그러나 천박함의 끝일뿐이다.

그가 무엇에 집착하는 것은 그것이 소중하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자신의 것이 자신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것이 싫을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냥 오싹하고 무서웠던 인물임에도 극의 후반부에 가면 안쓰러움이 몰려온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시작된 노력이 어느 순간 그렇게 집착으로 변질되어 그를 그렇게 몰아붙였던 것일까? 결국 그는 자조적인 웃음을 띠고 말한다. “언제 외롭지 않은 적이 있었나?”하고.

오히려 이재현보다 무서운 인물은 승우다. 어리바리 초짜였던 대학생에서 그 누구보다 빨리 이 세계에 적응하고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무엇이든 이용할 줄 아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촌형인 재현과 좋아하는 형이 되어버린 주노 사이에서 난처해하던 승우는 어느새 없다. 누구보다 잔인하고 탐욕에 물든 인간의 형상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모든 일이 끝나고 아주 오래전인 듯 순진하게 손님을 뺏기고는 풀죽어하던 재현과 주노, 알렉스, 민혁의 모습을 잠시 만나는 것은 뜨끔한 서글픔으로 남는다. 누구나 그렇게 순수하고 사랑스러웠다. 변해가는 것은 자신 안의 욕망에 야금야금 마음을 먹혀버리는 것을 모른 채 스스로를 속이는 첫 걸음, 그 때부터가 아닐까?

이야기의 흐름을 쥐고 관객들에게 나레이터 역할까지 하는 승우 역에 이지호, 김지휘, 배두훈, 승우의 사촌형으로 개츠비의 마담인 이재현 역에 이규형, 정동화, 김종구, 개츠비의 에이스 모든 일에 여유로운 주노 역에 라이언, 김보강, 정민, 화려하고 장난기 많은 민혁 역에 안재영, 엄태형, 고은성, 불운의 아이콘 무엇이든 적당히 해내는 알렉스 역에 김도빈, 주민진, 이현이 훈훈하고 잘생긴 선수들 모습과 점점 천박함에 물들어 가는 모습까지 잘 보여준다.

한편, 낯설지만 이 또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비스티보이즈는 오는 9월 14일까지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 파크 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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