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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7-27 20: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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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극단 C 바이러스의 유진월 작, 이현정 연출의 ‘연인’을 관람했다.

유진월(1962~) 작가는 경희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한 문학박사로, 현재 한서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다. 199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희곡으로 등단하고,
2000년 올해의 한국연극 베스트 5, 동아연극 연출상, 2004년 국립극장 장막희곡 당선, 2009년 동랑희곡상을 수상한 미모의 여류작가다. ‘불꽃의 여자 나혜석’ ‘누가 우리들의 광기를 멈추게 하랴’ ‘헬로우 마미’ ‘푸르른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외 많은 희곡작품을 발표했다.

무대는 하수 쪽 객석 가까이에 대문이 있고, 텅 빈 무대에 상수 쪽 배경 가까이에 벽장 같기도 한, 조그만 옷장이 한 개 놓여있다. 건반악기의 연주음과 출연자의 나지막한 노래가 극 분위기에 조화를 이루고 무대 바닥에 가설된 각광조명, 천정에 달린 작은 조명 몇 개와 커다란 각광조명을 적절하게 사용한다.

연극이 시작되면 훤칠하고 잘생긴 청년이 간편한 옷차림으로 운동화를 신고 등장, 대문을 들어서며 안에 대고 이름을 부른다. 잠시 후 옷장 문이 열리면서 흰 실내복차림의 아리따운 여인이 얼굴을 내민다. 옷장 속에 청색 셔츠가 걸린 게 보인다. 청년이 다가가면, 여인도 장롱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낸다.

두 젊은이는 과거 연인이었던 것으로 묘사가 되고, 한 동안 헤어져 있다가 재회하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처음에는 멀찌감치 떨어져 대화를 하다가, 다가가 몸을 가까이 하는 것을 보면, 과거에 몸과 마음을 밀착시켰던 관계인 듯싶기도 하다. 두 사람의 상대에 대한 정감이 상승되면서, 포옹의 농도가 열정적으로 바뀌고, 흡사 정사장면 같은 움직임이 연출되기도 하면서 관객은 어느 결엔가 연극에 몰입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모든 연인들의 만나고 헤어짐이 저마다 같지는 않겠지만, 별반 다르지도 않다. 이 연극에 등장하는 여인이 작가 자신을 그려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는 것이, 장롱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사색하고 생활하고, 연인을 그리고, 집필을 하는 모습이 작가를 연상하도록 만든다.

이 극에 등장하는 미남청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젊은 남성들이 어찌 작가의 생각과 세계 속에 접근할 수 있으랴? 하물며 사랑을 주고받기에 이르려면 보통 힘이 드는 게 아니다.

여하튼 과거 연인이었던 두 사람의 상봉이, 신선한 바람과 애틋한 향기가 되어 무대 전체에 흩날리고, 관객도 자신의 사랑과 연관 지어 관극을 하게 되면서, 과거의 사랑했던 인물이나, 현재 사랑하는 상대를 떠올리며, 자신이 주인공인 듯한, 착각에 빠져, 두 출연자의 감정에 편승해, 갈등과 열정, 그리고 일희일비를 공유할 지경에 이른다.

대단원에서 연인들이 결합하지 못하고 결국 원상태대로 헤어지는 장면으로 마무리를 할 때까지, 관객은 두 출연자와 감정, 감성은 물론 호흡의 일치를 보이다가 극이 끝나서야 비로소 정신을 가다듬는다.

구시연과 염순식이 여와 남으로 출연해, 혼신의 열정으로 호연과 열연을 한다.

드라마트루크 오세곤, 조명디자인 송훈상, 무대디자인 신승렬, 의상디자인 조현정, 음악디자인 임대환, 기획 이문원 홍보 최기웅 장 선 김선희, 연출부 김경덕 김지혜 서다영 임예지 백수희 등 제작진의 기량이 드러나, 제2회 여성극작가전, 극단 C 바리러스의 유진월 작, 이현정 연출의 ‘연인’을 독특하고 창의력이 돋보이는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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