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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03-17 12: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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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활쏘기는 언제부터였을까 한국의 활쏘기가 왜 세계를 제패했는지에 대하여 아는 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온 세계를 놀라게 하는 위대한 한국양궁의 근원과 뿌리는 어디에서 오는 것이었을까?
역사는 이 답을 말해주고 있다. 임진왜란 중 선조는 훈련도감에서 여섯 가지의 무기를 가르치도록 하였는데 곤봉, 쌍수도, 등패(등나무로 만든 방패와 칼 표창을 함께 사용하는 것을 말함), 삼지창(당파), 낭선(9~11개 가지가 만들어진 창), 장창 이었다. 당시 이 무기들은 근접전에서 쓰여 진 무기였는데 많은 군사들이 이를 잘 다루지 못하여 미숙하였다. 그리하여 조정에선 이 단거리의 무기다루는 훈련과정의 재검토를 신중히 하게 된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의 일상적인 풍속중 하나가 바로 활쏘기였는데, 활쏘기보다 새로이 도입한 가까운 거리의 전투 시 창검을 다루는 훈련을 하다 보니 ,숙련돼지 못한 전투력으로 인해 훈련의 성과와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므로, 병조에서는 앞서 애기한 여섯 가지 무기를 다루는 것보다 활쏘기를 주 전력전술로 교육할 수 있도록 임금에게 간해서 다시 활쏘기를 주 훈련교육으로 바꾸게 된다. 이로서 새로운 무기를 잘 다루지 못한 것은 나중에 근접전투의 역사 속 약점이 되기도 하였다.
중국인들은 우리나라 사람을 동이족(동(東夷族)이라고 불렀다. 동이족의 본뜻은 ‘오랑캐’란 뜻이 아니라 ‘동쪽의 큰 활을 잘 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동이의 이(夷)자를 풀어보면 큰 대((大)자에 활 궁(弓)자임을 풀어서 알 수 있다. 흔히 우리들은 동이족의 개념을 잘 못 알고 있는 듯하다.
고구려를 세운 고주몽, 고려를 세운 왕건,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 모두 활을 귀신처럼 잘 쏘았던 인물들이다. 이렇게 활을 잘 쏘는 사람을 신궁(神弓)이라 불렀는데 신의 경지에 이르렀던 활쏘기의 명수들이었다. 왕이 되려면 활을 잘 쏠 줄 아는 민족적 특징과 더불어 리더의 필수 기량이 필요 했다. 아무나 왕이 되는 일은 역사에 없다.
우리나라의 지형은 산악지형이 지배적이어서 근거리전투보다 원거리전투에 용이한 궁술이 특히 발달 하게 된다. 평평한 땅위에서의 평 전투보다 산을 둘러싸고 거리를 두고 싸웠던 산성전투가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궁술은 군사인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제일 중요한 전쟁의 기술이었고, 힘 이었고, 무관의 벼슬길이었다. 우리는 온 백성이 활쏘기에 전념한 활의 민족이다.
우리는 칼의 민족이 아니다. 활의 명수인 활의 최고 민족이다. 그래서 우리의 활쏘기는 세계양궁대회에서 금메달을 꼭 걸고 오는 위대한 활의 최고민족이며 후손이며 자손이다. 이것이야말로 태초의 역사와 함께 진정으로 자랑스러워 할 일이다.
삼국시대부터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활쏘기는 활을 만드는 기능을 가진 장인을 이제 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그 기능을 보존해가고 있다. 역사는 지금도 이처럼 계속 이어 진다.
일본은 화살촉에 금칠(일본에서는 ‘황칠’을 ‘금칠’이라고 부른다)을 하여 무기를 만들었는데 정확히 화살 끝부분인 촉에 0.026mg을 칠했다. 촉이 부식되어 망가지면 화살로서의 제 구실을 못하기 때문에 이 황칠을 그야말로 담궜다 빼는 정도의 소량을 입히었다.
황칠이 아주 귀하다보니 마음대로 많이 칠할 수 없는 사정이 있으려니와 이 황칠은 전쟁의 도구보다는 어느 면에서 천황의 기물에 더 많이 사용되어 졌으리라 여겨진다. 선조가 가슴을 쳤던 일제시대 우리의 보물인 황칠이 수탈되고 통 크게 흔적 없이 사라진 역사의 아픔을 뒤로해보아도 전쟁의 중요한 무기였던 살상무기 화살에, 우리의 황칠을 일본 군졸들이 사용했다는 사실은 비극을 뛰어 넘어 웃지 할 통한의 변이다. 많은 우리 황칠의 유실은 알고 보면 결국 일본의 화살촉에 남아 있었던 것이었다.
수년 전 필자의 분당 집으로 일본 옻칠장인과 경영자들이 다녀간 적이 있다. 몇 년 전엔 미국, 독일, 중국, 이태리, 프랑스, 인도, 포루투갈등 각국 나라에서 유학을 온 학생들이 단정한 귀빈실에 전시된 황칠 작품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하는 장면을 보고 한국의 황칠은 활쏘기만큼 큰 우리의 자랑으로 됐다는 것임을 생각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세상엔 훌륭하고 귀한 것이 각 나라마다 많이 있다. 또 각기 나라마다 자랑은 다 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와 전통기술은 세계인을 충분히 감동시키고 남음이 있다. 뛰어난 한국인의 기예와 예술정신은 하나뿐인 지구의 행복도 살릴 수 있다.
이젠 그런 시대가 왔다. 켜켜이 세월의 때가 묻은 선조들의 고문서를 보면서 민족은 잘 화합하고 절절히 묻어나는 조상의 종묘와 사직에서 이제 피어나는 봄꽃이 경건해진다. 왕비의 머리장식인 떨잠은 분노로 떨지 않으며, 국왕의 익선관은 슬픈 역사위에서 화산처럼 폭발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우리의 백성들은 전통과 역사와 문화와 국가를 지키기 위해 또 다른 새 역사를 이어간다. 힘들고 지치고 커다란 통증이 와도 그 누군가 말없이 자신의 길을 간다.
그것이 진정 우리의 길이라면 전통의 장인은 그 길을 역사와 함께 가고 있다.

-필리핀 국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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