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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03-10 15: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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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포 만에 숲속에 들어서니 귀여운 작은 박새가 봄으로 녹는 대지위에서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이 나무 저 나무를 계속 옮겨 다니며 구역의 경계로 텃새 질을 한다. ‘거리’라는 헬기를 타고 바라본 먼 남해 바다 밑에선 푸르게 시린 정어리 한 떼가 맨 앞 주장인솔자를 필두로 우리나라 바다 밑을 재미있게 어종조사인 듯 순찰하고 다닌다.
깊고 고요한 산 속 잔잔한 사기 장인이 빛은 백자도자기 옆에선 화금청자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불그무레하여 수줍은 홍매가 꽃망울을 힘차게 터트리고,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시 궁궐 옆에선 노란 개나리가 바람을 가르며 사르륵 사르륵 피어나고 있다.
국보1호인 남대문 복원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보물1호인 동대문 앞길엔 반원형을 돌아가며 앞으로 줄줄이 나가는 수많은 자동차들이, 각자 제 갈 길로 오가며 오늘도 하루 내 내 숨 쉴 겨를 없이 매우 분주하더니 국토의 하단아래 목포의 야간 멸치잡이 그물처럼 바쁘다.
분주하긴 궁중연회에 등장했던 우리의 학(두루미)도 매한가지이다. 3월초면 궁의 천정 그림에서 떠나 시베리아로 먼 길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학은 십장생 중에서 유일한 아름다운 새인데 전 세계 14종류가 있다고 한다. 현재 지구상엔 몇 백 마리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6.25전쟁 전만하여도 수천마리가 11월 하순에 겨울을 나려고 해마다 시베리아나 몽골등지에서 먼 거리를 날아서 우리나라에 왔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개체가 얼마 남아 있지 않아서 안타깝게도 세계적으로 각 나라마다 관심을 갖고 지극히 보호해야 할 희귀 조류가 되어 버렸다. 모두가 인간의 못된 욕심 때문에 머리가 빨간 피부를 가진 역사적인 새가 희생되고 사라진 결과이다.
무자비한 사냥총에 의해서 그러하고, 극한 독극물 농약에 의해 그렇고, 빠져나올 수 없는 덫을 놓은 올가미에 의해 수없이 죽고, 무자비한 개발에 의한 서식지의 잠식으로 말미암아 상당수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던 두루미가 척박한 땅위에 죽었다. 이럴 즈음 멸종 위기를 염려했던 일본은 오래전부터 인공부화를 통한 연구를 활발히 지속해 오고 있었기에 두루미 보존을 위한 인간의 노력은 그나마 겨우 빛을 찾고 있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할 때 랜딩기어에 가해지는 압력은 무려 100톤에 가깝다. 두루미가 지상에 착지할 때는 발을 밑으로 쭉 뻗어 몸을 세우고 긴 날개와 꽁지를 펴서, 날라 오던 바람의 막강한 저항을 삭이며 가속도를 줄여 천천히 내려앉는다. 비행기 역시 땅에 착지 할 때에는 큰 양쪽 날개를 밑으로 내린다. 이렇게 바람의 저항을 이용하는 것은 두루미나 비행기나 매 일반이다.
몸이 무거운 두루미는 여느 작은 새처럼 자신의 날개 힘으로만 날 수 없기 때문에 바람을 이용하는데 바람이 부는 쪽으로 목을 앞으로 빼고 날개를 힘차게 위아래로 움직여 반복적 추진력을 통한 전력질주로 이륙한다. 그 무겁고 커다란 우리의 비행기의 이륙원리도 매 마찬가지다. 그래서 동일하다. 이는 동물의 행동이나 인간의 기계적 생태행동학이 같다는 애기이다. 따라서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의도되지 않은 자연행위와 의도된 행동이 틀리지 않단 이야기이기도 하다.
두루미의 울음소리는 무려 3km밖에서도 들을 수 있다 한다. 뿐만 아니라 우는 방법도 여러 가지인데 알이 태어나 기뻐서 소리 질러 우는 울음소리하고 암수 짝짓기 할 때 서로 좋아 죽고 못 살아 우는 울음소리는 분명히 다르다고 한다.
또 두루미의 암 수 구별은 울음소리로 알 수 있다. 수컷이 한번 울고 나면 바로 이어서 암컷이 두 번 울기 때문인데 구별법은 그 소리가 한번 ‘뚜룹’ 하고 두 번 ‘뚜르르’이다.
두루미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장수의 개념인 십장생의 관점에서 보는 수명이 150년이지만 실제 150년을 살고 죽었는지는 아직 확인 된 바가 없는데, 인공적으로 최적의 환경을 보호한 동물원에서는 82년을 산 적이 있다하나 대략 야생 두루미의 수명은 30년에서 50년의 수명으로 보고 있다. 만약 자신이 새라면 어떤 새 이고 어떤 자태이고 싶을까.
두루미의 자태는 신선의 자태라고 했다. 신선이 학을 타고 있는 그림은 천상의 세계에선 무릉도원이 아니런가.
두루미는 봉황처럼 절대 썩은 먹이를 먹지 않는다. 썩는 다는 것은 병이 드는 것이고 병이 들면 생명이란 것을 심장에서 내려놓아야 한다.
관료의 관복 흉배에, 궁중 그림과 민화와 십장생그림에, 샤머니즘의 이해 논리에 접하면서, 국왕의 집무실 천정에, 사찰의 엄숙한 공포에도 학은 늘 살아 있으며 존재해 왔음을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잊지 않고 있다.
봄이 이처럼 연민으로 전통 가슴속을 파고드는 지금 우리가 학(두루미)처럼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해보니 행복해 진다.
그리고 필자가 아는 사랑하는 이웃 지인들 모두 어느 좋은 길일에, 슬픔이 없는 천상의 이상세계로 학과 동무하며 순수하게 소풍 갈 수 있는 저 하늘 길에, 천년을 같이 가야하는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며 잘 여며가는 사람들이었으면, 이 봄 정말 좋겠다.

-필리핀 국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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