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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03-10 1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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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해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지방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급속하게 확산된 와중에, 지방재정의 건전화를 위한 정부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시행하기 위해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발표문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부는 재정건전성이 일시적으로 악화됐으나 위기상태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는 것 같다. 지방재정위기의 원인으로 단지 지방자치단체의 방만한 예산운영을 지목하고, 그 해결책도 지방채 발행요건 강화와 호화청사나 지역축제비용 통제 등을 그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재정위기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면 재정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쓸 곳은 많은데, 쓸 돈이 없다는 말이다. 그렇게 본다면 정부의 견해로는 지방정부가 쓸 곳에 쓸 돈이 적당히 있는 데도 불구하고 불건전하게 써서 결국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학교라고 일컬어지는 풀뿌리 민주주의, 곧 ‘지방자치’가 ’91년 30여 년 만에 부활될 수 있었던 것은 80년대 말 우리 민주주의의 역사적 발전으로 가능했다. 지방자치(地方自治)는 말 그대로 지방정부가 스스로 다스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그렇기에 헌법 제117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지방자치제도의 보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방자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사와 재정 등 실질적 자치권한이 지방에 이양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91년 이후 지난 20년간 일부 개선이 있어 왔지만, 여전히 이 두 가지 중요한 권한은 거의 중앙정부에게 독점되어 있고, 지방자치단체에게는 권한과 돈은 없이 주민들에 대한 서비스 제공의 의무와 부담만 있는 불완전한 지방자치가 늘 자리 잡아 왔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사회복지 분야이다. 사회복지 관련 사업의 지방이양은 2004년 정부가 국고보조사업을 정비하면서 본격화했다. 이때 모두 533개 사업 중 149개 사업(9,581억 원)이 지방에 이양됐는데 그 중 67개 사업(5,959억 원)이 사회복지 관련이었다. 그런데 처음 의도와는 달리 심각한 부작용이 양산되고 있다. 가장 큰 현실적인 문제는 분권교부세의 수요와 실제 중앙정부로부터의 지원액의 격차가 눈덩이처럼 벌어져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즉, 복지 분야에 관한 주민들의 수요가 폭증해 지방이양사업의 예산이 연평균 22%나 증가하고 있어 지방비부담의 증가율이 이양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데 비해 중앙정부로부터의 지원액은 이를 따라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각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력에 따라 국민들이 제공받는 복지서비스의 수준이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2010년 현재 전국 평균 52.2%이다. 재정자립도는 일반회계 세입총액에서 지방정부의 자체재원(지방세와 세외수입의 합)이 차지하는 비율로서 지방정부가 필요로 하는 경비를 스스로 어느 정도 조달할 수 있는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방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가 52.2%라는 것은 47.8%는 자체적으로 조달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83.4%, 경기도는 59.3%이고, 강원도는 20.8%, 전북도는 17.3%, 전남도는 11.5%이다. 경기도 내에서는 성남시가 67.4%로 가장 높고 수원시가 64%를 기록하고 있고, 하남시 48.3%, 의정부시 41.9%이며 동두천시가 24.2%로 가장 낮다.

이러한 지방재정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전 지방차원에서 주민들의 복지수요 폭증에 따른 복지재원의 급격한 팽창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가 지방이양사업의 지방비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필수적인 복지사업이 부실해지고 자체사업의 범위마저 축소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지방에 이양된 사회복지분야 사업 중에는 사회복지종사자 급여부터 노인복지?장애인복지 등 각종 사회복지시설 운영자금 등 취약계층지원 사업들이 주로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볼 때 그러한 시나리오가 실제로 발생했을 때의 문제의 심각성은 매우 크다.

그런데도 지방자치단체가 맡고 있는 복지정책의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이냐를 놓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여전히 공방(攻防)을 벌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복지는 국가가 담당해야 할 책임이니 사업을 가져가라’고 주장하는 반면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등 중앙정부는 ‘지방자치에 따라 분권화를 하자고 해서 관련 예산인 분권교부세도 내려 보냈는데 돈이 드는 복지사업을 모두 국가가 책임질 수는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 와중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을 중재해야 할 국무총리실은 지난 2009년 9월 분권교부세 운영기간을 5년 연장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입장을 조율해 분권교부세 해당 사업을 조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큰 진전이 없는 상태다.

지방의 역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복지의 지방분권화는 사회복지분야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출을 축소시키고, 지방자치단체 간 사회복지 불균형을 초래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차제에 정부에 “지방재정 확충방안”을 근본적으로 수립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여기에는 부자감세로 인한 지방교부세 축소와 국고보조사업에 따른 지방비 부담 가중 문제에 대한 해법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위기’라고 생각될 때가 사실은 ‘기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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