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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5-18 23: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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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재)국립극단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신정옥 역, 김덕수 윤색, 김동현 연출의 ‘템페스트’를 관람했다.

무대는 오래된 폐 성곽이나, 창고, 또는 공연장으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낡은 극장의 내부로 보인다.
연극은 연습실에서 스텝 진의 회의가 진행되듯 조연출 겸 무대감독인 에어리얼이 이동용 탁자에 타자기를 올려놓고, 프로스페로의 연출을 충실히 따른다. 캘리번은 음악과 음향효과 담당인 듯 장비를 등에 지고 다니고, 트린큘로는 의상, 스테파노는 소품담당으로 느껴진다. 총연출은 프로스페로다.

배경 가까이 무대보다 상층부 양쪽 끝에 프로스페로의 작은 거실 겸 작업실이 있고, 사다리를 내려서면 허물어진 벽돌 벽과 그 사이로 뚫린 공간이 등퇴장 로가 되고, 객석과 가까운 왼쪽 작은 공간은 에어리얼의 작업실이다. 연극의 도입에 작은 의자 몇 개를 들여다 배치하거나, 대단원에서 백여 개의 의자를 들여오는 대소도구 담당은 정령들이다.

의상역시 작업복과 정장, 그리고 광대 복을 극의 진행에 따라 갈아입히고, 각자 갈아입기도 한다. 노래는 귀에 익은 봄과 관련된 대중가요를 편곡해 사용한다. 다만 원작대로의 복장이 아닌 왜색정장인 것으로 보아, 일제시절에 나라를 빼앗긴 국가의 통수권자가 국외로 망명해 겪는 일대기라는 상상이 얼핏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셰익스피어 원작의 내용에 따른 줄거리가 진행되고, 변형 각색된 등장인물이 관객의 눈길을 끌면서, 마법사 같은 능력을 가진 지배자와 그를 증오하면서도 추종할 수밖에 없는 피지배자의 동태가 펼쳐지고, 주인공인 지배자 역시 일종의 자국의 쿠데타의 발발로 국외로 추방되고, 이곳 무인도에 어린 여식과 함께 표류한 것으로 설정된다. 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인들이, 목적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함께 탑승한 선체가 태풍에 밀려, 공교롭게도 자신들이 추방한 인물이 표류한 섬에 도착하게 된다.

원수와 원수, 적과 적의 극적인 조우가 극 속에 펼쳐지고, 원수의 아들과 망명자의 딸의 첫사랑이 세상의 어느 꽃보다 아름답게 피어나면서, 12년간의 증오와 원한이 얼음 녹듯 풀어져, 상대와 다시 우애와 의리로 합해지는 광경이 연출된다. 물론 무인도의 거주민도 통제된 삶에서 해방된다. 요즘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갈등의 해소와 화합이, 연극 ‘템페스트’에 본보기처럼 그려져, 그야말로 시의 적절한 공연이 되었다.

오영수, 임홍식, 곽은태, 오달수, 황정민, 백익남, 이형주, 오동식, 김종태, 김태근, 이 원, 천재홍, 김병철, 김선표, 이종민, 최경훈, 이강욱, 배소현, 심재현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이 관객을 공연에 깊숙이 끌어들이고, 한편의 움직이는 명화를 감상하는 느낌의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무대 여신동, 조명 최보윤, 의상 김우성, 음악 김태근, 노래지도 이나리메, 음향 강국현, 분장 이지연, 안무 권영호, 조연출 이지영 등 스텝 진의 기량도 드러나, (재)국립극단(김윤철 예술감독)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신정옥 번역, 김덕수 윤색, 손원정 드라마트루기, 김동현 연출의 ‘템페스트’를 걸작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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