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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5-05 1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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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예술극장에서 데이빗 그레이그 작, 이상우 번역/연출의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관객이 우주선을 타고 지구주위를 유영하며 관람하는 듯한, 느낌의 연극이다. 명멸하는 엄청난 수량의 별빛을 영상을 통해 감상할 수 있고, 스카이섬 웨스트하일랜드,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영국런던, 프랑스 프로방스, 노르웨이 오슬로,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등의 주야간 풍경을 장면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다.

데이빗 그레이그(David Greig)는 1969년 에딘버러 출생, 영국 최고의 극작가 중 하나이며 특히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21세기 대표 영국 극작가이다.

1996년 런던 Traverse 극장에서 ‘EUROPE’ 으로 데뷔하였으며 그의 작품 대부분이 영국의 주요 극장에서 공연되었고, 유럽, 미국, 캐나다, 브라질, 호주, 일본에서도 공연되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스코틀랜드 극립 극장의 첫 번째 드라마 터그로 임명되어 활동하였고 현재까지 재임 중이다.

90년대부터 ‘카사노바’ ‘캔디다 2000’ ‘일방통행로 One Way Street)’ 등 극단 서스펙트 컬처의 작품을 통해 크게 인정을 받으면서 영국의 대표극작가로 떠오르기 시작하였고, 특히 에딘버러 소재의 스코틀랜드 창작극의 산실인 트레버스 극장에서 많은 작품을 선 보이며 유명해졌다.

1999년에는 영국 최고의 연극무대라 할 수 있는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서 ‘관람자 (THE SPECULATOR)’ 라는 작품으로 참가하였고, 2003년에는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희곡, ‘샌디에고 (2003)’를 선보이며 명실 공히 세계적인 극작가로 등극했다.

2000년대에 이르러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을 위해 ‘빅토리아 (2000)’, 중동 분쟁에 개입한 미국의 입장에 대한 창작극 ‘아메리칸 파일럿 (2005)’을 썼고, 로열 코트극장에서 ‘라말라 (RAMALLAH, 2004)’, ‘OUTLYING ISLANDS’ 등의 막을 올렸다. 최근 작품으로는 피레네 산맥 밑에서 발견된,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남자의 이야기 ‘피레네 (2005)’, 각색 작품으로는 스코틀랜드 국립극단과 함께 작업한 ‘노란 달 (2006)’, ‘다마스커스 (2007)’, 그리스 고전을 뮤지컬로 각색한 ‘박카이 (2008)’등이 있다.

이처럼 데이빗 그레이그는 시대상을 담보하는 진지한 연극작가로서 정치적, 사회적 비판을 담은 이 시대의 창작극의 선두주자이지만, 동시에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길과 유머를 동시에 가진 보기 드문 작가이다.

또한 스토리 텔링(Story Telling) 방식의 다양한 연구를 통해, 고전의 각색에서부터 현재 창작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언어와 문체의 방식을 연구하는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가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그리고 현대인의 생각과 초상을 정확하게 그려내고 이를 언어와 국경을 초월하여 이해될 수 있게끔 만들어 내는 그의 극작법은 오늘날 연극학계가 그의 작품을 연구하며 하나의 ‘산업’을 형성할 정도로 세계 연극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원인 중에 하나이다.

연극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는 고장이 난 우주선에서 12년째 지구를 유영하는 2명의 우주비행사와 그와 연관된 인물들의 이야기다.

남자들은 남들과 동떨어져 있거나, 감옥에 갇혀 있거나, 우주공간에 머물러 있어도 여자생각을 하듯이, 이 연극에서도 우주비행사가 첫사랑의 여인을 그리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우주비행사 중 한 사람은 첫 사랑의 여인을 그리워하고, 또 한 비행사는 딸을 그리워한다. 첫사랑의 여인은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가 지구상공을 떠도는 줄을 전혀 모르고, 남편과 살고 있지만, 남편과의 정은 이미 가신지 오래다.

우주비행사의 딸은 성년이 되면서, 영화배우를 하고 싶지만, 현재 나이트클럽에서 일을 한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여인의 남편은, 우주비행사의 딸과 가깝게 되고, 상대에게 서로 다가간다. 그러든 어느 날 남편은 바닷가에 차를 세워놓고, 폴 세잔느 그림무늬가 들어간 넥타이를 풀러놓은 채 바다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아내나 우주비행사의 딸도 남자가 왜 바다 속으로 들어갔는지 그 이유를 모른다.

딸을 가진 우주비행사는 고장 난 우주선에서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는지, 동료의 제지도 뿌리치고, 우주복을 입고 우주선 밖으로 튀어나간다. 물론 그를 기다리는 것은 거대한 우주공간 속에서의 죽음뿐이다. 배경화면에는 그가 우주공간에서 우주선에 매달려 떠도는 모습을 관객은 영상으로 보게 된다.

그의 딸이 아버지가 우주에서 자살을 한 사실을 알 리가 없다. 물론 자신과 몸을 밀착시킨 폴 세잔느 넥타이를 맨 남성이 자살을 한 것도 딸은 알지를 못한다. 딸은 자살한 남성이 소개한 영화와 관련된 사업을 한다는, 한 백색정장의 남성에게 이끌려 그에게 다가간다. 백색정장의 남성도 그녀를 소중하게 받아들인다.

한편 남편이 자살을 한 사실을 여경으로부터 듣게 된 여인은 슬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프랑스로 여행을 떠난다. 거기에서 여인은 우주를 관찰하며, 우주선과 교신을 하는 한 말더듬이 남성과 만나게 된다. 두 남녀는 운명인 듯,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한편 우주선에 혼자 남은 우주비행사는 더 이상 우주유영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마지막으로 첫사랑의 여인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보낸 후, 우주선을 폭파시킨다.

최덕문, 이희준, 김소진, 이창수, 공상아, 김지현, 홍진일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성격창출, 그리고 1인 다 역은 관객을 극 속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장성호와 모팩스튜디오의 영상은 2시간 30분간 관객을 아름답고 황홀한 감상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영상감독 장성호/모팩스튜디오, 음악감독 장영규, 무대디자인 김용현, 조명디자인 구근희, 의상디자인 김경인, 분장디자인 이동민, 소품디자인 구은혜, 움직임지도 남긍호, 조연출 김승주, 영상 음악 코디네이터 김남건, 조연출보 강현주 등 스텝 진의 기량과 노력이 돋보여, 명동예술극장(극장장 구자흥)의 데이빗 그레이그 작, 이상우 번역/연출의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를 아름답고 환상적인 장면으로 점철된 걸작 영상연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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