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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4-28 10: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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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 세종문화회관 뒤뜰 노천카페

중년의 배우 이창직과 조영호 인터뷰 중이다.

조영호 : 대학로 터주대감 이창직 배우님을 세종로에서 뵈니 느낌이 많이 다르네요.

이창직 : 허허허, 다르긴. 하긴 오늘 영호연출이랑 인터뷰 한다고 좀 차려 입고 나왔지.

조영호 : 아… 차려 입으신 거군요;; (웃음)

이창직 : 그럼, 맨날 광화문에 츄리닝 입고 출근하는데. 집도 가까우니까 대충 편하게.

조영호 : 삼청동 대저택에 사신다는 소문이 대학로에 파다합니다.

이창직 : 대저택은 무슨,, 대출 받고 몇 십 년 된 집 한 채 겨우 장만한 거지.

조영호 : 아니 그래도, 연극 배우 생활하면서 전세 집 살기도 힘든데 자가소유 주택을, 그것도 시내 한복판 삼청동에 가지고 계시는 것 자체가 이슈거든요.

이창직 : (민망해하며) 허허허. 이사 수 십 번 다니고 대출에 대출 끼면서…

조영호 : 오늘 ‘연극인생 33년, 부동산 장만하기’를 소개해주세요.

이창직 : (민망해하며) 허허허. 공연 관련한 인터뷰 아니었어?… 뭐 연출하는 사람이 부동산에 대해 더 관심이 많아?

조영호 : 부동산에 관한 독립영화도 하나 찍었어요. ’더하우스’라고. 개봉해야 하는데 극장도 부동산장사라, 쉽지가 않네요.

이창직 : 대한민국 뭐든 그렇지. 부동산이랑 꼬여있다고.

조영호 : 그래서 더 궁금해요. 아이 둘을 키우면서 연극하면서 주택장만, 이게 가능한 일인가요?

이창직 : 그래! 비법을 알려줄게. 처음 결혼을 하고 91년도에 계동에 500에 7만원짜리 월세집에서 신혼을 시작했어. 그 다음에 1500짜리 전세로 옮겼지. 이때까지만 해도 단칸방 생활에서 못벗어났는데, 애가 태어나고 방2개짜리 전세로 옮겼지. 그러면서 96년도에 빚을 내서 대학로에 승희(아내이자 연극배우)가 ‘허수아비’라는 막걸리집을 시작한 거야.

조영호 : ‘허수아비’ 정말 유명했죠. 현금을 막 퍼날랐다는 전설의 막걸리집!

이창직 : 그정도는 아니었고, 막판에는 적자가 좀 있었어. 암튼 난 그 뒤에 난타를 한 3년 하면서 세계 방방곡곡 공연을 하고 다녔는데 이때 장모님과 합쳐서 아이들을 맡기고 온가족이 힘을 모아 일을 했거든. 그러다가 2003년에 시립극단 오디션을 보고 월급쟁이 생활을 시작하게 된거야. 연봉이 많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생활을 한거지. 그 해에 삼청동에 엄청난 대출을 끼고 집을 산거고, 지금도 이자를 엄청 쏟아 붓고 있어요. 허허허.

조영호 : 2003년이면 대출 왕창 해주던 부동산 거품시기네요.

이창직 : (웃음) 그런 식이지. 허허허. 그 바람에 집 있어서 연극인 지원 혜택 같은 거 신청도 못해보고 굶으면서 살고 있다우.

조영호 : 아티스트답게 엔딩을 씁쓸하게 표현하셨지만, 실은 그 사이에 승희선배님은 주경야독으로 낮에는 장사, 밤에는 공부를 해서 대학교수까지 하시고 현재 통합예술치료 박사과정도 밟고 계시니;; (조영호 연출은 작년 2013년에 이창직의 아내 이승희 와 연극[분장실]을 공연한 바 있어 근황에 빠삭하다)

이창직 : 그러게 승희가 고생 많았지. (웃음) 속 사정 잘 알면서 뭘 물어봐.

조영호 : 인터뷰잖아요. (웃음) 그러는 와중에 방송이나 영화 출연도 짬짬이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이창직 : 응, 2008년 영화 ‘신기전’부터 시작해서 최근 ‘관상’까지 꾸준히 했지.

조영호 : 서울연극제 연기상도 수상하신 적 있죠?

이창직 : 외부작업을 통해 상을 받긴 했지. 2004년에. 세종은 배우들의 자유의지를 존중해주니까.

조영호 : 꾸준히 연간 몇 작품씩 세종 무대에 서시지만, 이번 ‘봉선화’ 앵콜은 좀 뜻깊으신 것 같아요. 얼마 전 대학로에서 뵈었을 때도 강추하시고.

이창직 : 아, 이 작품 정말 한국청년이라면 꼭 봤으면 하거든. 친일파와 애국부인(위안부 독려하던 부인들)이 사학재단을 만들고 대학이사장이 되어 부를 독식하는 가운데, 그들이 위안부의 아들을 사위로 맞게 되면서 집안의 근본을 파헤쳐나가는 외손녀딸 때문에 골머리를 썩는 이야기인데, 작년에 초연 때보다 더 사실적인 배경을 그려주고 있어서 교육적으로도 좋은 연극이라고 생각해.

조영호 : 아, 저도 올해 12월 국립극장에서 친일파 후손과 독립운동가 후손의 땅싸움을 소재로 브레히트의 ‘코카서스의 백묵원’ 각색해서 올라갈 예정인데, 정말 요즘 같은 현실은 과거로 돌아가서 반성하고 다시 일어서야 할 때 같아요.

이창직 : 그렇다니까요.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런 작품이 올라간다는 것은 한국 연극인들의 의식세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기도 하지.

조영호 :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니까요!’ 그럼, 식사하러 가실까요?

이때 봉선화에서 외손녀딸 및 위안부로 출연하는 여배우들을 만나 한 컷 찍는다.
이창직과 조영호, 노천카페에서 일어나 세종로 뒷골목 맛집의 세계로 떠난다.

사진/'봉선화' 여배우들 사진 순서 (왼쪽부터) 이경, 김현정, 박수현, 강보미, 김정아(조연출)

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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