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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4-05 16: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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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수현재씨어터 제공

결혼 빼고 다 해본 ‘그(정민)’과 ‘그녀(연옥)’는 친구와 연인 사이를 오간다. 인생의 황혼을 향해 걸어가는 이들은 한 때 뜨겁게 사랑했고 이별했었다. 매주 목요일, 주제를 정해 대화를 나눌 것을 제안하는 정민, 그 제안에 묘한 설렘을 느끼는 연옥. 그렇게 두 사람의 특별한 목요일이 시작된다.

거창한 주제로 시작된 목요일은 어느새 두 사람 만의 특별한 추억으로 채워진다. 과거의 오해들과 엇갈림, 여전히 남아있는 남자와 여자로서의 의미. 매력적이고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 역사학 교수 정민과 자존심강하고 지적인 기자 연옥의 이야기치다.

첫 번째 목요일에 ‘비겁함’을 주제로 시작한 두 사람의 토론은 책임감까지 이어진다. 자신이 비겁하다는 걸 아는 사람이 진짜 용기 있는 사람이라는 정민과 그의 비겁함까지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연옥의 모습에서 누구도 끼어들 수 없는 둘만의 세계 같은 것이 느껴졌다.

친구로 시작해 연인이 됐다가 다시 친구로 돌아오는 두 사람 사이의 묘한 감정이 교차된다. 비겁함, 행복, 역사 등 거창한 주제 속에서 결국 비겁했고 행복했고 서툴렀던 자신들의 이야기로 흘러간다. 두 사람만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청춘과 시대, 지나간 문화 등이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같은 기억이지만 다르게 남아있는 시간들에 대한 오해는 본질적으로 남자와 여자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매 번 서로의 차이 때문에 언성이 높아졌다가도 어느 새 용납하게 되는 것은 이제껏 두 사람이 함께 해온 시간 때문일까,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에 아기자기한 재미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한걸음만 더 가까이 다가섰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에 밀어내듯 도망치는 모습이라 안타까웠다. 연옥이 조금 솔직했더라면, 정민이 조금 용감했더라면. 그러나 그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리되면 ‘그녀’가 아니며 ‘그’도 아닐 것이다. 어쩌면 그 아쉬움이 여전히 두 사람을 이어주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두 사람의 딸로 태어나 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살아야만 했던 이경도 인상적이다. 아빠인 정민에게는 이리저리 비꼬아 퍼붓던 이경이 엄마인 연옥이 찾아오자 얼굴도 제대로 못보고 울기만 한다. ‘이경아’하고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에 단단히 채워둔 미움과 분노의 빗장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 것처럼.

연극의 마지막은 두 사람답게 아주 쿨하다. 보기엔 뭔가 어색하지만, 가장 좋은 마무리로 보였다. 다시 돌아오게 되면 또 목요일마다 토론을 하자고 연옥이 정민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보낸다. 편지를 손에 쥐고 설레는 정민. 두 사람의 과거와 겹쳐지며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유쾌하고 화술 또한 뛰어나지만 사랑에 무책임한 역사학 교수 ‘정민’ 역에는 조재현, 정은표, 박철민, 솔직하지 못하지만 마음 따뜻한 국제 분쟁 전문기자 ‘연옥’역에는 배종옥, 유정아, 정재은이 캐스팅됐다. 또 젊은 시절의 정민 역에 나경민, 이현응, 연옥 역에 임세미, 윤이나, 두 사람의 딸로 태어나 마음고생 심한 이경 역에 이윤수, 조혜정, 채수빈, 덕수 역에 김주영배우가 함께 한다. DCF대명문화공장 3층, 수현재 씨어터에서 오는 27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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