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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4-05 14: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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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아트센터 앙상블 시어터에서 극단 로얄씨어터의 최명희 작, 류근혜 연출의 ‘화가 나혜석(羅蕙錫’을 관람했다.

최명희((崔明姬) 작가는 경기여고와 서강대 영어영문학과 출신으로 1980년 '현대문학'을 통해 희곡 ‘미소 짓는 꿈’으로 등단했다. ‘길몽’ ‘안개의 성’ ‘반가워라 붉은 별이 거울에 비치네(허난설헌)’ 등을 무대에 올린 1세대 희곡작가다.

이 연극은 여류화가 나혜석(羅蕙錫 1896~1948)의 예술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나혜석은 수원에서 태어났다. 진명여자보통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오빠 나경석(羅景錫)의 권유로 일본 동경여자미술전문학교에 입학했다. 나경석은 자신의 친구 최승구(崔承九)를 나혜석에게 소개했다. 최승구는 아내가 있었으나 최승구와 나혜석은 연인 사이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최승구가 폐병으로 사망하자 나혜석은 희망을 예술에 걸게 되었다.

1919년 나혜석은 일본 유학시절 발발한 3.1운동에 적극 가담하여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후 나혜석은 모순된 현실과 타협하는 길을 선택하고 일본 유학생이었던 김우영(金宇英)의 구애를 받아들여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조선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유화 개인전을 열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남편 김우영과 함께 3년간의 유럽 일주 여행 도중 천도교의 교주였던 최린(崔麟)과 만나 불륜을 맺고, 김우영에게 이혼을 당하게 된다.

결혼생활 실패 후 화가로서의 삶에 더욱 매진한 나혜석은 제10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정원'으로 특선하고 이 작품으로 일본에서도 제국미술원전람회에서 입선한다. 1935년 10월 서울 진고개(충무로) 조선관에서 개최한 소품전의 실패와 아들 선의 병사 이후 나혜석은 불교에 심취한다.

승려생활에 매력을 느껴 수덕사 아래 환희대에 오랫동안 머물었으나 불가에 귀의하지는 않았다. 이후 서울로 올라와 한때 청운양로원에 의탁하기도 하였으며 1948년 12월 10일 시립 자제원(慈濟院)에서 사망하였다. 1918년에 ‘경희’ ‘정순’ 등의 단편소설을 발표하여 소설가로도 활약하였다. 대표적인 회화작품으로는 ‘나부1928’ ‘선죽교 1933’가 있다.

무대는 화가 나혜석의 화실이다. 정면 왼쪽 출입구에 계단 대신 부드러운 곡선의 내려오는 길을 만들고, 출입구를 포함한 배경 막에 길게 가로 세워진 백색의 바탕 벽면에, 나혜석의 자화상이나, 회화작품, 또는 흩날리는 종이조각, 그리고 별무리 등의 영상을 투사해,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무대 중앙에는 이젤에 얹어놓은 캔버스와 팔레트, 유화물감, 그리고 붓 등 그림도구가 보이고, 좌우 벽에도 유화작품과 캔버스를 세워놓았다. 무대왼쪽에 의자와 탁자를 배치하고 오른쪽에도 책상과 의자가 있다.

연극은 도입에 말년의 나혜석이 지팡이를 짚고 꾸부정한 모습으로 등장해 출입문에 돌아서 있는 나혜석 소녀시절의 모습을 향해 언덕을 오르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곧이어 여기자가 등장해 한창시절 나혜석이 화가로서 이름을 떨치고 그녀의 전시작품이 대량 팔려나갔던 시절의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젊은 시절 나혜석으로 변모해 다시 등장해 인터뷰에 응하면서 그녀의 극적인 삶이 하나하나 펼쳐진다. 최초의 서양화가이자, 동경유학생, 그리고 미모의 화가 나혜석은 만인의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으로 출발한다.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인기를 한 몸에 집중시키게 되는 여성이면 남성들의 관심을 끌게 마련이고, 그들의 유혹의 손길이 다가서게 된다.

남편과 함께 한 프랑스 빠리 여행에서 나혜석은 유혹의 달인에게 그만 걸려들게 되고, 그와 몸과 마음을 밀착시키기에 이른다. 이 사실을 남편이 눈치 채고, 부부는 이혼을 하게 된다. 당시에는 남성들은 축첩을 하고 별의별 여성과 관계를 맺어도 여론은 잠잠했는데, 부인의 불륜은 뭇사람의 비난의 대상이 되고, 용서치 못할 죄악으로 치부되던 시절이라, 나혜석은 작품이 아닌 그녀의 애정행각으로 해서 그림까지 평가절하 되고, 화 업도 사양길에 접어들게 된다.

나혜석의 마지막 전시회에서 그림을 구매하는 사람이 전혀 없어 절망에 빠진 그녀의 인터뷰 모습이 극에 그려지고, 위자료로 받은 거액을 전시회 실패로 다 날려버리지만, 주저앉지 않고 그림을 그리러 파리로 가겠다는 의지와, 이미 몸이 의지를 따르지 못할 정도로 병약해진 나혜석의 모습이 비장 침울하게 연극에 그려진다. 게다가 오랫동안 그녀를 보살피던 친구이자 변호사 겸 후원자인 남성이 미술전 실패와, 나혜석이 한 점의 작품이라도 팔려고 고객에게 애걸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에게 작별을 고하는 장면은 객석에 처연한 심정을 감돌게 만든다.

대단원에서 말년의 나혜석이 지팡이에 몸을 의지해 출입문에 돌아서 있는 그녀의 소녀시절의 모습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가고, 이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푸치니 오페라의 아리아는 이 극과 절묘하게 어울려 관객의 가슴과 뇌리에 깊은 인상을 심어놓는다. 나혜석이 출입문 안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소녀시절의 나혜석이 객석을 향해 돌아서 꿈과 희망을 표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김민정, 윤여성, 권남희, 임윤선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관객을 연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무대디자인 이유정, 조명디자인 이상근, 무대감독 박인환 등 모두의 힘이 무대위에 드러나, 극단 로얄시어터의 최명희 작, 류근혜 연출의 ‘화가 나혜석’을 예술성이 높은 고품격 고수준의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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