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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3-31 18: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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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은 중국 송주앙예술구에 위치한 송주앙미술관과 798예술구에 위치한 화이트박스미술관과의 협력으로 ‘한중현대미술전’을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3층에서 오는 5월 11일까지 개최한다.

지난해 송주앙미술관 전시에 이어 올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이 국제교류전은 SeMA이 아시안 네트워크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 ‘액체문명’은 서구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현대사회의 특성으로 규정한 ‘액체’를 반영한 것으로, 그는 견고함을 지닌 과거 체제를 녹이면서 근대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근대가 액체성을 추구한 것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회를 위한 목적을 갖고 있지만, 액체화 된 자리에 또다시 새롭고도 향상된 견고한 것들을 자리 잡게 하려는 전략이 숨어있다.

문제는 윤리와 도덕, 인간적인 유대관계, 그리고 저항정신조차 녹여버렸다는 것으로 현대는 전통적인 정치, 도덕, 문화적인 난맥상에 묶여 있던 경계마저 풀리고 완전히 액화돼 유동하는 사회가 됐다. 그는 액화된 현대사회가 불확정성과 불안전성을 가지지만 중심이 없고 수평적인 관계를 만드는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보았다.

# 주요 작가 및 작품 설명

쉬용은 흐릿하게 표현한 초상화 사진을 통해 현대인의 흐트러진 정체성을 보여준다. 유동적인 현대사회에서 개인들은 자신이 정체성을 완성하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그러한 노력은 액화된 사회의 특성에 녹아서 흐트러지거나 해체된다. 그는 정체성을 상실한 채 사회에 스며든 현대인의 모습을 흐릿해진 초상사진으로 재현한다.

리웨이는 불안정한 상황에 자신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행하면서 이를 사진으로 기록한다. 작가는 현대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을 묘사하면서, 이와 함께 적극적으로 자아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때로는 고속열차와 대결하듯이 머리를 맞대기도 하고, 고층건물에 매달려 건물 속에서 유예당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애쓰는 현대인들을 향해 손을 뻗는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작가들과 함께 서울시립미술관 광장에서 행사의 서막을 알리는 리본컷팅식을 개막포퍼먼스를 공중에 매달리는 방식으로 펼쳤다.

미아오시아오춘은 삶의 덧없음을 의미하는 바니타스나 바쿠스 등 과거 예술의 주요 모티브를 차용해 화려하고 빠르게 소비되는 현대사회 시스템의 무상함을 말하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간은 철사로 얼기 설기 엮어 있거나 곧 녹아내릴 듯 한 액체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개별성이 약화되고 탈인격화된 현대인을 상징한다.

신형섭은 중심 없이 계속해서 뻗어나가는 뿌리의 구조를 통해 현대사회의 구조를 추상적으로 보여준다. 시작과 끝이 없이 계속 자기 생산-복제되는 뿌리더미는 아주 작은 부분도 자기완결성을 가진다. 뿌리를 추상화한 작업은 중심 없이 계속해서 뻗어나가는 구조로, 일상의 끊임없는 흐름, 단절과 분열을 통한 확장, 그리고 사회의 관계망의 구체화된 형식으로 볼 수 있다.

이창원은 거울과 빛을 이용해 시각적 환영을 창출한다. 빛이 만들어내는 실루엣은 고대벽화같이 보이지만 사진에서 오려낸 이미지는 세계 곳곳에 만연한 폭력과 고통을 고발하는 보도사진이다. 작가는 실재의 환영의 간극을 그대로 작품에 드러내면서 환영에 가려진 채 실재를 모르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도록 시도한다.

한진수는 자동차에 치어 죽은 비둘기의 죽음을 통해 삶과 죽음의 혼재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죽음을 의미하는 아스팔트의 검정과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의 흰색, 그리고 생명성을 담고 있는 붉은색이 바닥에서 기계적으로 섞이면서 현대사회의 만연한 타인의 죽음에 대한 무관심성을 직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액체문명’ 전에 참여하는 한.중 작가들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분쟁 현상을 상상력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소하고, 사회로부터 배제된 계층이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도록 시도하고, 또 작가들은 서구중심의 가치관능 의미하는 ‘보는’ 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서구문화의 급격한 유입으로 인해 성장통을 겪는 아시아인의 삶을 반영하거나 버려진 과거의 가치를 회복케 한다. 이번 전시에서 현대사회의 불안정한 현상에 대해 반응하는 예술가적 태도를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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