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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3-31 18: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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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가브랜드공연 ‘단테의 신곡’으로 이 시대 최고의 연출가 한태숙이 2012년 극작가 장복근과 함께 창극 ‘장화홍련’을 탄생시켰다.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신개념 스릴러 창극’이라는 평을 얻은바 있는 ‘장화홍련’은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이 가진 소리의 힘을 연극적인 해석으로 극대화하고자 하는 시도의 결과였다.

이번 공연에서는 정-한 콤비는 대본을 좀 더 정교하게 만들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장화.홍련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계모 허씨와 배다른 남동생 배창수 등 인물들 관계를 보다 더 선명하게 드러냈고, 극 중 스토리텔러 역할을 하는 도창은 장화와 홍련의 아버지인 배무룡과의 합창을 통해 등장인물의 어두운 면을 보다 강렬하게 나타냈다.

특히 고전소설 ‘장화홍련전’은 영화화되기도 했던 대표적인 공포소설을 창극으로 옮기면서 원전이 지닌 공포 요소들이 극대화됐고, 어떤 장르에서도 느낄 수 없는 신개념 공포극이 됐다.

‘장화홍련전’이 창극이라는 장르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음산한 구음과 서슬 퍼런 소리 때문으로, 본래 판소리가 갖고 있는 익살스러운 해학과 풍자를 담기도 하지만, 주로 한의 비극적인 정서를 절절하게 표현해낸다.

‘장화홍련’에서는 절제되고 날카로우면서, 밑바닥부터 긁어 올린 듯한 거칠고도 강렬한 창법을 사용했다. 이 독특한 창법이 대사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연극의 화술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해오름극장 무대 위에는 가설객석을 올려 위태로운 공포감을 조성했고, 또 을씨년스러운 영상과 조명 등 무대디자인이 더욱 관객을 자극한다. 스산한 호숫가에는 음침한 안개가 깔리고, 축 늘러진 버드나무는 지속적으로 흔들려 불안감을 조성한다. 검고 차가운 물의 이미지는 서늘한 조명과 함께 어우러져 으스스한 감정을 형성한다.

무대의 한 면에 설치된 6m의 대리 위에는 극 중 인물들의 내면을 소름끼치게 노래하는 도창과 장화.홍련의 등장하고, 해오름극장의 1500개의 객석은 장화.홍련 자매의 시신이 수장된 심연의 호수에 잠기고, 객석은 무대 위에 만든 ‘ㄷ’자로 쌓아 올려 관객은 잔혹한 살인현장과 이를 은폐한 자들의 비밀을 바로 코 앞에서 내려다본다.

이 작품의 비극은 극중 주요 인물들 간의 갈등과 증오, 그리고 이로 인한 범죄사건뿐 아니라, 그 사건을 목격하고도 방관하는 자들의 모습은 오늘날 불의에 무관심한 우리의 모습과 결코 다를 바 없다.

‘장화’ 역을 맡은 김미진은 특유의 미성과 온화한 말씨로 표독스러운 연기의 반전을 선보이면서 놀라운 내면 연기로 호평받은 바 있고, ‘홍련’ 역의 김차경은 본래 허씨 역에 오디션을 지원했으나, 날카롭고 섬뜩한 성음으로 한태숙 연출의 선택을 받아 30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국립창극단의 라이징스타 정은혜와 민은경이 각각 장화.홍련 역에 더블 캐스팅되어 각자만의 새로운 장화.홍련을 연기한다.

정은혜는 젊은 나이에도 영리한 캐릭터 분석과 특유의 서늘한 소리가 매우 카리스마 넘쳐, 주로 어둡고 진지한 작품에서 역량을 발휘해왔다. 창극 ‘메디아’의 메디아 역과 ‘단테의 신곡’에서 베아트리체 역을, 창극 ‘숙영낭자전’에서는 주인공 숙영낭자를 질투해 모함하는 매월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특히 그녀는 이 작품의 초연 당시 마지막 장면에서 음산한 노래를 부르는 소녀 역으로 출연해 연출진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홍련’역의 민은경은 작은 체구에도 놀라운 성량과 안정적인 연기 실력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배우로, ‘화선 김홍도’에서는 어린 김홍도 역을, 창극 ‘서편제’에서는 어린 송화 역으로 해맑으면서도 슬픔이 가득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또 창극 ‘메디아’에서는 두려움에 가득찬 크레우사 공주 역을 맡는 등 다양한 레퍼토리에서 그때그때 다른 색깔의 연기를 펼친 그녀만의 어떤 홍련을 그려낼지 관심이 쏠린다.

‘허씨’ 역의 김금미는 현대적인 화법과 파워플한 창을 능숙하게 넘나들면서 강한 카리스마 연기로 여운을 남겨 국립창극단의 보물과도 같은 배우로 재발견했다. 또한 지난해 후학 양성을 위해 국립창극단을 떠난 ‘도창’ 역의 왕기철 영창은 창극 ‘장화홍련’에서 가장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 배우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해 이번 앙코르 공연에서도 객원으로 참여한다.

공연은 오는 4월 1일부터 5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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