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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01-30 19: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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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인봉(신흥대학 행정학과) 교수

2011년 토끼의 해인 신묘년(辛卯年)이 밝았습니다.

최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토끼론’을 펼쳐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표는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구여성정치아카데미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우리 정치도 생활 정치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그래서 여성 리더들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진다”며 “올해 토끼해는 여성의 해로 토끼의 중요한 특징은 남이 낸 길을 가는 것보다 자신이 만든 길로만 다니는 것”이라며 ‘토끼론’을 폈습니다.

박근혜 전 대표의 ‘토끼론’을 생각하니 문득, 생각나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바로 수주대토(守柱待兎)입니다. 한비자(韓非子)의 <오두편>에 나오는 말로, ‘나무 그루터기를 지켜보며 토끼가 나오기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요행만을 바라거나 새로운 변화에 순응하지 못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 내용을 정리해 보면, 송(宋)나라의 한 농부가 하루는 밭을 갈고 있었는데 토끼 한 마리가 달려와 나무 그루터기에 머리를 들이받고 죽었습니다. 그것을 본 농부는 토끼가 또 그렇게 죽을 줄 알고 밭 갈던 일을 멈추고 계속 그루터기만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나 토끼는 다시 얻지 못하고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옛 임금의 정치로서 당대의 백성들을 다스리려는 사람들은 모두 이처럼 그루터기를 지키고 앉아 있는 사람과 같은 무리이므로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그 요지입니다.

사실, 뛰어난 지도자는 먼 옛날의 일을 따르려고 애쓰지 않았으며, 시대를 초월해 받아들여 질 수 있는 보편적인 진리를 추구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당대의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현안과 요구하는 시대정신을 충분히 고민하고 논의하여 그에 따른 가장 최적의 대안을 제시하고자 노력했을 뿐입니다.

지도자가 지도자답기 위해서는 늘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도전해야 하며, 문제해결을 위해 세상의 모든 지혜에 토끼처럼 큰 귀를 활짝 열어 놓아야 하는 것입니다.

한비자의 글을 통해 우리는 그 속에 갇힘으로 해서 한비자가 비판한 어리석은 지도자의 우물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한비자는 스스로 말했습니다.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토끼를 기다리지 말라고!

그러므로 한편으로는 우리는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영감을 얻기 위해 한비자의 글을 읽을 필요가 있을 뿐이며, 그가 마련한 사상에 안주해서는 아니 됩니다. 다만, 한비자를 비롯해 이상과 혁신을 추구한 많은 사상가들과 개혁론자들 그리고 많은 성공한 지도자들은 그들이 가야 할 길을 마침내 찾아냈고, 그리고 그 길을 신념을 가지고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걸어갔다는 것을 확인해야 할 뿐입니다.

지금의 우리 또한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를 비전과 신념을 가지고 자신 있게 제시해 줄 수 있는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권주자들 중에서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 중의 한 분이 ‘토끼론’을 언급하고, 다른 많은 분들도 벌써 내년에 있을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두고 각종 ‘○○론’을 주장할 것입니다. 벌써부터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그러나 세상이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사람들의 염원이 하나로 모아지면 우리는 반드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찾아낸다는 것이며, 그 길을 걷고 있는 우리를 발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길은 뛰어난 지도자가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민심(民心)과 천심(天心)이 먼저 찾아내서 그 길을 앞장서서 이끌어 갈 수 있는 지도자를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모쪼록 올 한해는 모든 대권주자들이 토끼 귀처럼 큰 귀로 서로에게 경청하고 다독거림으로써, 빠르게 달려가는 토끼처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모두모두 빠르게 발전하는 소중한 한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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